대전=정일웅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해외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쌓아온 K-철도 운영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철도 헤게모니’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것이 코레일의 전략이다.
21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은 해외사업에서 연간 2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코레일이 해외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2007년 당시 매출액(8억원)의 25배로,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해외사업 매출액은 2022년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같은 매출액 증가는 장기적으로 코레일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사업을 다각화할 기회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외시장에서 이미 K-철도 운영기술의 우수성을 입증받고 있다는 맥락에서다.
코레일은 2007년 말레이시아 전동차 유지보수 컨설팅을 시작으로, 파키스탄 중고기관차 개량·수출사업 등을 수주하면서 해외사업을 다각화해 왔다. 현재는 필리핀, 몽골,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4개국에서 총 7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코레일은 2012년 LRT-1(경전철) 철도시설개량 사업을 물꼬로 필리핀에 진출해 현재 산 미구엘(San Migule)이 사업권자인 ‘마닐라 도시철도 7호선(MRT-7)' 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마닐라의 케손시티(Quezon)와 불라칸(Bulacan) 지역을 연결하는 23㎞ 구간에 14개 역을 건설해 운영하는 것을 핵심으로 시행된다.
코레일은 2016년부터 MRT-7 사업에서 ‘철도시스템 설계 및 시공 자문’ 역할을 수행한 것을 계기로, 지난해 4월 MRT-7 운영유지보수 자문사업(170억원 규모)을 재차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계약기간은 45개월이며, 코레일은 내년 개통 전까지 MRT-7의 시스템 검증·시험, 시운전, 신뢰성 관리 등을 맡아 컨설팅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향후 MRT-7의 운영유지보수를 직접 수행하는 등 현지에서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몽골에서도 코레일의 해외사업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결과 2021년 코레일(주관사)은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몽골 철도교통관제센터(RTCC) 마스터플랜 수립 및 사업관리 용역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업은 철도교통관제센터를 중심으로 현지에 적합한 ‘철도 운영 관리체제’를 구축해 수송 능력 증대와 운송 서비스 품질 제고, 안전성 개선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외에도 코레일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의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코레일은 신규 객차 100량 구매를 위한 입찰·계약, 설계·제작, 시운전 등 기술 자문과 ‘만달레이~미찌나’ 구간의 개보수에 필요한 설계 지원 및 시공감리를 담당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차량 유지보수 기술을 전파하는 데 주력한다. 2018년 수주한 기관차(20량) 구매 컨설팅을 완료한 후 지난해 9월 연계사업으로 방글라데시 ‘기관차 유지관리 기술이전 사업’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세를 몰아 코레일은 해외에서 교류·연수, 건설·기술 자문, 운영유지보수 자문 및 운영유지보수 직접 수행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의 ‘코레일 해외사업 표준모델’을 완성해 적용함으로써 2026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코레일은 해외사업 진출 활성화와 가시적 성과 창출을 위해 지난해 12월 해외사업 전담부서를 2개로 확대·개편하고,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 기관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했다. 해외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개발부서도 신설한 상태다.
김원응 코레일 해외남북철도사업단장은 “지난 20년간 KTX를 안정적으로 운영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유럽 등지로 해외사업 영역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코레일은 철도 분야 인재 양성과 디지털 기반의 안전관리 플랫폼 개발 등을 추진해 글로벌 ‘철도 헤게모니’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