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7개 주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가상대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평균 6%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모닝컨설트와 지난 16~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7개 경합주 유권자 495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전·현직 두 대통령의 양자 가상대결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 바이든 대통령은 42%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6%포인트 차로 우세했다.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이다(7개주 전체 오차범위 ±1%포인트·개별주 오차범위 ±3~5%포인트). 제3 후보들까지 포함한 다자 가상대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9%포인트까지 격차를 벌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가 이뤄진 7개 경합주는 지난 2016년 대선과 2020년 대선의 승패를 좌우한 곳으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각각 2016년 대선과 2020년 대선에서 경합주 7개 주 가운데 6개 주에서 승리하며 백악관에 입성했다.
경합주 유권자들은 특히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을 신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61%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급증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38%,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한 응답은 30%였다.
투표 대상을 결정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이민 문제를 꼽은 응답자는 13%로 지난 조사 때(10%)보다 상승했다. 반면 경제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한 응답자는 36%로 직전 조사(40%)보다 낮아졌다.
이민 문제가 미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자 다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 의회에 대통령의 국경 봉쇄 권한 강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에 국경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 민주당과 타협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닝 컨설트 부사장인 캐럴라인 바이는 "경제가 개선되고 유권자들에게 덜 중요한 문제가 되면서 다른 문제에 집중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이 결과를 보면 이민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민은 이번 선거의 핵심이 될 이슈"라며 "지금까지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율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지만 '사법 리스크'는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결과 뒤집기'를 포함해 91건의 혐의로 4차례 형사 기소됐다.
경합주 유권자의 53%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지지자의 23%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지 않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