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김현정특파원
리창 중국 총리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의 개방 의지는 확고하다며 외국 기업을 향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피력했다.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창 총리는 전날 다보스포럼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중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개선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초 설정 목표인 약 5%보다 높은 5.2%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지난해 성장률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공식 수치는 이날(17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할 예정이다.
리 총리는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강력한 부양책을 사용하지 않고 단기 성장을 대가로 장기적 위험을 쌓지 않았으며, 대신 내생적 발전 모멘텀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면서 "중국 경제가 일부 차질을 겪더라도 전반적인 장기적 긍정적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인구배당'은 '인재배당'으로 개선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총수요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 시장은 반드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 총리는 이어 대외 개방 의지에 대해 거듭 강조하며 투자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수익률은 약 9%로 국제적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면서 "중국 시장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이 아니라 기회"라고 말했다. 또한 "세계 각지 기업이 중국에 지속해서 투자하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시장 지향적이고 합법적이며 국제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제도개방을 꾸준히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를 지속해서 축소하며, 제조업 분야 외국인 투자 진입제한을 전면적으로 해제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국민 대우를 보장할 것"이라면서 "정기적으로 외자기업의 의견을 청취하고, 합리적인 요구가 있는 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대외 개방이라는 기본 국가 정책을 견지할 것이며 개방의 문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우회적인 견제의 목소리를 높였다. 리 총리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매년 5400개 이상의 차별적 무역·투자 조치가 생겨났다"면서 "산업체인과 공급망은 경제 발전의 혈관 시스템이며, 간섭과 피해는 경제 순환에 걸림돌이 돼 발전 효율성이 떨어지고, 다양한 경제적 위험과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촉진하고, 협력 유대를 강화해 이익의 파이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지속해서 개선해 모든 당사자의 공동 이익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리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등 무력 충돌 및 분쟁과 관련해서는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를 인용,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4.5%까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데이터에서는 지속적인 소비자 물가 하락, 수입 증가 둔화, 대출 속도 둔화 등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것은 내수 부진이 올해 국가 경제 과제의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