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중국인들이 새해를 맞아 1996년도 달력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 중국인들의 향수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관영매체를 인용해 중국인들이 1990년대를 그리워하며 1996년도 달력을 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은 1996년도가 올해와 마찬가지로 1월 1일이 월요일인 윤년이라는 점에서 해당 달력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 거래 앱에서의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 중고 거래 앱 셴위에서는 1996년도 빈티지 달력이 5위안(약 917원)부터 1000위안(약 18만원) 이상까지 거래되고 있다. 한 장씩 뜯어 쓰는 일력 한 장이 60위안(약 1만1000원)에 팔리기도 한다. 지난 한 주간 셴위에서 1996년도 달력 검색은 600% 증가했고 거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셴위 직원은 "1996년 빈티지 달력의 하루 거래 규모와 재고가 증가세"라며 "지난 9일에는 400여명이 동시에 '1996 달력'을 검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당 달력은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이베이에서도 200달러(약 26만원)에 팔리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달력의 디자인은 가지각색이다. 일부 달력은 전통 중국 문양으로 장식됐으며, 미키 마우스·울트라맨·카트캡터 체리 등 미국과 일본 만화 캐릭터 등을 담아 제작한 달력도 있었다. 이는 중국이 1990년대 경제·문화·패션에서 해외의 영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또 마오쩌둥의 사진, 관영매체의 지면, 베이징 궈안 축구클럽의 사진 등 현대 중국의 요소를 반영한 달력도 있다.
중국인들이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 시리즈 '번화'(繁花)와 연관 있다. 이 드라마는 홍콩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연출했으며, 1990년대 외국에 개방하며 고속 성장을 시작하던 상하이의 풍요로웠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복고 열풍이 일기 시작했고 누리꾼들은 1990년대 상하이, 선전, 베이징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잇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