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 韓증시 영향 제한적이나 잠재 리스크 부담

대만 총통서 '친미' 라이칭더 당선
양안 갈등 요인 국내 증시에 잠재 리스크
TSMC, 영향력 확대 전망…韓 반도체 긍정적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향후 국내 증시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 당선으로 양안(중국과 대만)과 미·중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만 선거 결과로 양안 관계 악화와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지만 당장 급진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아 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대만 총통 선거는 친미 성향의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미·중 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했으나 국회와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는 의회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의석수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일방적인 친미, 반중 노선 정책을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은 처음으로 3회 연속 집권에 성공했으나 의회 113석 중 5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국민당과 민정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57석으로 과반이 되면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돼 민진당의 향후 국정 운영이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진당 재집권으로 양안 관계에 우려가 크지만 당장 급진적인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과 여소야대 국면을 고려하면 정권 초기부터 양안 관계로 민심을 자극하는 것은 득 될 게 없는 선택이며 중국은 대만에 일종의 경고 차원의 무력 시위, 경제적 제재 등을 가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경고 메시지 수준의 대응일 뿐 무력 충돌이나 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여소야대 국면, 미국의 11월 선거 등을 고려할 때 양안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그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11월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미·중 양측이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이기 때문에 양안의 긴장이 심각한 위기로까지 발전될 가능성은 작다"면서 "이러한 점에서 이번 대만 선거 결과가 한국 및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점에서는 증시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이나 잠재적인 리스크가 계속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만 선거는 미국은 어느 정도 만족, 중국은 불만족스러운 결과일 것이며 이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사항이나 불확실성 제거의 측면에서는 증시에 긍정적 요소"라고 분석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진당 당선 시나리오가 증시에 일부 반영돼 있지만 라이 잊더라 부임하는 5월 이전까지는 양안 갈등 고조라는 리스크 요인이 주기적으로 부각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번 대만 선거를 통해 특정 당의 승리와 관계없이 수혜를 예상해볼 수 있다"면서 "현재 미국 반도체 공급망의 대만 의존도가 매우 높아진 상태로 이를 낮추기 위한 공급·생산처 이원화를 꾀하고 있어 결국 한국 칩 제조 업체는 물론 관련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에 관심을 높여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연구원은 "민진당은 정책적으로 TSMC가 외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기보다는 대만 내에서 생산기지 확대와 경제적인 영향력을 제고하는 전략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TSMC가 고사양 반도체 칩 생산에 독보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 영향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생산기지 지역 다변화 스케줄이 지연되거나 소극적으로 변경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자본시장부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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