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부국 브루나이에서 열흘 동안 초호화 왕실 결혼식이 열려 화제다.
11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보르네오 불레틴 등은 이날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 있는 브루나이 왕실 사원 오마르 알리 사이푸디엔에서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넷째 아들 압둘 마틴(32) 왕자와 그의 약혼녀 아니샤 로스나 이사 칼레빅의 혼례 예식이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두사람은 결혼 서약서를 주고받는 등 왕실 전통 혼례를 올린다.
압둘 마틴 브루나이 왕자(왼쪽)와 그의 약혼녀 아니샤 로스나 이사 칼레빅[사진출처=압둘 마틴 왕자 인스타그램 캡처]
두 사람의 결혼식 관련 일정은 이미 지난 7일부터 시작돼 오는 16일까지 열흘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결혼식 행사의 절정은 오는 14일 브루나이 왕궁에서 열리는 피로연과 결혼 행진이다. 피로연 장소인 이스타나 누룰 이만 왕궁은 1788개 방을 갖추고 있는 세계 최대 궁전 중 하나다. 14일 행사에는 영국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을 비롯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세계 정상급 인사와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생인 마틴 왕자는 왕위 계승 서열 6위로, 왕위에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잘생긴 외모와 폴로 선수 경력 등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50만명에 이른다.
마틴 왕자는 킹스칼리지 런던대와 영국 왕립 육군사관학교를 나왔다. 그는 과거 폴로 선수로 활동하면서 2019년 동남아시아 게임에서 브루나이 국가대표로 뛴 적도 있다. 지금은 브루나이 공군 소령으로 헬리콥터 조종사로 복무하면서 국제 외교 행사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마틴 왕자는 아버지인 볼키아 국왕과 함께 2022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과 지난해 찰스 국왕 대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10일 압둘 마틴 브루나이 왕자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는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의 거리에 '신이여 왕실 부부를 보호하소서'라고 쓰인 표어와 마틴 왕자 및 그의 약혼녀의 초상화가 그려진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사진출처=AFP 연합뉴스]
마틴 왕자와 결혼 상대자인 아니샤는 볼키아 국왕 특별 고문의 손녀로, 패션업체와 관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두 사람이 수년 전부터 교제해 왔다고 전했다.
브루나이는 말레이 제도 중앙부 보르네오섬 북서부 해안에 있는 나라다. 1888년부터 영국 보호령이었다가 1984년 1월 독립했으며 이슬람 절대 세습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인구 45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앞바다에서 천연가스와 원유가 생산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6000달러로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올해 78세인 볼키아 국왕은 1968년 즉위한 후 지금까지 55년간 왕좌를 지키고 있는 생존 세계 최장수 재위 군주다. 그는 브루나이 앞바다 유전을 소유하고 있어 공식 재산만 300억 달러(약 39조5000억원)에 이른다. 또 최근에는 자동차 수집광인 그가 6조원 상당의 명품 차 7000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이목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