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 하나은행장 '기업대출, 양적 확대 대신 심사강화'

[은행장 신년 인터뷰]
부실 예상 차주 집중 관리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올해 기업 대출 전략과 관련해 "무분별한 양적 확대 경쟁 대신 심사 강화로 우량 차주를 선별하겠다"며 "각종 테마별로 신용위험 점검 및 기업조기경보시스템 등을 활용해 부실 예상 차주를 선정하는 등 집중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비우호적인 금융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미 금융당국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을 도입했고, 은행도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 제고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해 경기 전망과 관련해선 "올해는 글로벌 교역 및 IT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 등으로 지난해보다 높은 2.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와 건설투자 부진 등이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 금리 동향을 두고는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이 일단락된 가운데 주요국들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는 완만한 물가 하락 기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대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고, 가계부채 부담도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런 만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시차를 두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행장의 판단이다. 그는 "여러 가지 대내외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Fed의 금리 인하가 단행된 이후에 후행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이 행장은 부동산 경기에 대해선 "올해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지속, 가계의 차입 여력 약화, 불안심리 잔존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실거주 및 투자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으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수도권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기수요가 풍부한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일부 상승세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 폭도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의 미약한 반등과 특례보금자리론 기저효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올해 대비 둔화할 것으로 보이며, 신용대출도 수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올해 가계대출은 2023년 대비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또 이 행장은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와 소비 여력 축소로 이어져 경기 모멘텀을 약화할 수 있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한계 차주가 늘며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면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만큼 향후 면밀한 모니터링 속에서 점진적으로 체질 개선을 하는 방향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서 시작된 부동산 PF 위기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터져 나올 경우 은행권이 소방수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이른바 '은행 역할론'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 행장은 "업권별 책임소재도 불분명해지고, 분양시장 회복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없는 한 은행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하에 하나은행은 올해 내실에 집중하겠다는 게 이 행장의 방침이다. 그는 "무엇보다 은행업의 기본에 집중하여 내실을 다져나갈 계획으로, 기업금융과 더불어 자산관리, 외국환, 자금시장 등 강점 사업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며 "지속되는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확고한 위기 대응 능력을 확보하고, 높은 수준의 내부통제가 이루어지도록 개선해 나가는 한편 금융의 사회적 책임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금융부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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