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연체액 2조원… 신용 대란 ‘경고음’

전년 대비 53.1% 급증
2014년 이후 최대 규모
카드빚 돌려막기도 최대

신용카드 연체액이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8개 카드회사 체제가 만들어진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리볼빙·카드론·대환대출 등으로 빚을 돌려막는 규모도 역대 최대치로 치솟아 서민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8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용카드 연체총액(1개월 이상 연체기준)은 2조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3398억원) 대비 53.1%(7118억원) 급증했다. 2014년 이후 연체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교적 회수율이 높은 1개월 미만 카드연체액도 5961억원으로 2018년 3분기(7244억원)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카드사별 1개월 이상 연체액은 신한카드가 537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KB국민카드(3220억원), 롯데카드(3056억원), 삼성카드(2816억원) 등의 순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연체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비씨카드로 171% 증가했다. 하나카드(164%), 롯데카드(84%), 우리카드(65%)도 연체액이 급증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악화, 물가상승 등으로 가계 자금 사정이 열악해지면서 카드값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시적으로 연체하는 게 아닌 빚을 내서 다른 빚을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에 빌린 카드론을 연체한 차주가 다시 대출받아 카드론을 상환하는 상품인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1조596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64억원) 대비 49.6%(5296억원) 증가했다. 1~11월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 기준으로 최대 수준이다.

리볼빙 잔액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5115억원으로 한 달 전(7조4697억원)보다 0.56%(418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사용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이월해 갚는 형태의 서비스다. 갑자기 닥친 채무 부담을 덜어낼 수 있으나 금리가 연 15%를 훌쩍 넘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리볼빙 잔액은 2022년 9월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7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카드대금과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고객이 늘자 카드사 연체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8개 카드사 연체율은 1.6%로 전 분기 대비 0.3%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62%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조3795억원으로 직전 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2억원(6.3%) 늘었다. 연체율이 오르자 카드사들이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으며 자산 건전성 강화에 나선 것이다.

늘어나는 '급전' 수요에 급기야 가입한 보험까지 담보로 대출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약관대출 규모는 70조원으로 직전 해 3분기와 비교해 6.38%(4조2000억원) 증가했다. 약관대출은 보험보장을 유지하면서도 해약환급금의 70~95%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이자연체 등으로 대출원리금이 해약환급금을 초과하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이자도 8%대로 높은 편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부담이 금융회사의 자금경색을 야기하고 이는 금융시장에서 또 다른 채무 관련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중심으로 대출 부담을 완화할 해결책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금융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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