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최근 첨단 기술을 적용한 노트북을 제조·출시했다. 그러나 이를 분해한 결과 노트북을 구동하는 반도체 칩은 대만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번 노트북 출시를 기점으로 화웨이의 중국 내 제휴사인 SMIC(중신궈지)의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이 대약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업계의 추측에 반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에 의뢰,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비즈니스 노트북 ‘칭윈 L540’을 분해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노트북에 탑재된 5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 ‘기린9006C’는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의 접근이 차단된 시점인 2020년 3분기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조립 및 패키징 방식으로 제조됐다는 게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이다.
화웨이는 2019년부터 미 상무부의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라 수출 규제 대상이 됐다. 그러나 TSMC와 화웨이 간의 거래 차단은 수출통제가 강화된 이후인 2020년이 돼서야 가능했다. 화웨이가 이 프로세서를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 기업들은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품과 장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 시작하자 서둘러 핵심 반도체 제품들을 비축해왔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통제에 대비해 지난 몇 년간 반도체 연구와 비축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자국 내 공급업체 및 제조 제휴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일부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SMIC가 만든 7nm 프로세서를 장착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이 스마트폰을 분해해 본 결과 미국이 무역규제로 차단하려는 최첨단 기술에 겨우 몇 년 뒤처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의 기술적 성과에 대한 호평과 함께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통제 조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하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말 ‘칭윈 L540’ 출시 때도 업계 전문가들은 “SMIC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첨단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지난번 스마트폰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기술 승리를 안겨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화웨이와 TSMC 측은 이와 관련한 블룸버그통신의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