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사용 늘자 화재 '쑥'…'전기장판, 열선 접히지 않도록'

3년간 전기장판 화재 43% 급증
재산 피해액 60%↑
"설치·사용·보관 시 안전 수칙 준수해야"

지난 3일 새벽 전북 남원시 한 1층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8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화재 원인은 '전기장판 과열'이었다. 변변한 일자리 없이 기초연금과 장애 수당으로 생활하던 이들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 대신 전기장판을 여러 겹 깔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은 전기장판 안에 열이 축적돼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면서 전기장판으로 인한 화재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전기장판은 짧은 시간 안에 난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난방비 절감 효과도 있어 겨울철 '효자 아이템'으로 꼽힌다. 그러나 고령층 사용 비율이 높고 자칫 화재와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반드시 안전 수칙을 숙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기장판 [사진제공=아시아경제DB]

8일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장판으로 인한 화재 사고는 2021년 179건에서 2023년 255건으로 3년간 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산 피해액은 12억9400만원에서 20억9900만원으로 60% 넘게 늘었다.

특히 전기장판 화재 사고는 강추위가 시작되는 12월에서 2월 사이에 집중됐다. 최근 3년간 12월에서 2월 사이 발생한 전기장판 화재 사고는 월평균 114.6건으로 전체 월평균 발생 건수(56.3건)를 2배 이상 웃돌았다.

화재 원인으로는 전선 접촉 불량 등 '전기적 요인'(50.1%)이 가장 많았고, '기계적 요인'(23.9%), '사용자 부주의'(19.4%) 등이 뒤를 이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전기장판 화재 사고는 매년 겨울철 집중되는데, 특히 독거노인 거주 비율이 높은 쪽방촌과 농어촌에서 자주 발생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크다"며 "긴급 상황 시 신속하게 대피하기 힘든 분들이 많은 만큼 사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장판 내 열선 이상으로 인한 화재가 빈번한 만큼 설치·사용·보관 등 각 단계에 맞는 올바른 사용 수칙을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설치 시에는 규격이 맞지 않은 침대나 소파에서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되도록 장판의 네 모퉁이를 단단한 물체로 고정하는 것이 좋다. 콘센트와 전기장판과의 거리는 약 60㎝ 정도를 유지해 전류가 원활히 순환되도록 해야 한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전기장판이 접히면 접힌 부분의 열선이 끊어지거나 손상돼, 스파크가 튀고 이것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따라서 장판이 접히지 않도록 설치 시에 단단한 물체로 장판을 고정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사용 시에는 전기장판을 오랜 시간 고온으로 켜두는 것을 피하고 두꺼운 이불이나 화재에 취약한 라텍스 제품을 함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열이 장시간 방출되지 못하고 축적될 경우 발화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낡은 전기장판을 오랜만에 꺼냈다면, 사용 전 미리 열선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방법이다.

열선의 온도가 높아지고 다시 냉각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전선 피복이 약해져 비닐 전선이 벗겨지는데, 이 경우 전기장판에 열선이 눌어붙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전원을 연결해 특정 부분에서만 유독 열이 발생하거나 혹은 장판을 만졌을 때 울퉁불퉁 열선이 만져진다면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보관 시에는 열선이 훼손되지 않도록 신문지 등을 끼워 돌돌 말고, 무거운 물건 등에 눌리거나 습도가 높은 곳에 보관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장판은 겨울철에만 꺼내다 보니 낡은 제품을 경각심 없이 그냥 사용하거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 밖에도 겨울철 캠핑 등 외부에서 사용할 경우 소비전력을 확인하고 전선이 과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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