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각종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는 일본에서 최근 '무료 기저귀 정기배송 서비스'를 내놓아 호평받고 있다. 아이를 길러본 경험이 있는 배달원이 정기적으로 육아 세대를 방문, 무료로 기저귀 등 육아용품을 전달하는 서비스다. 육아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데다가 독박육아 중인 주부와의 상담, 아동학대 방지, 행정 지원 연계가 모두 가능해 주목받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효고현 아카시시의 '기저귀 정기배송' 서비스를 소개했다. 2020년 10월부터 생후 3개월부터 만 1세까지 아이를 키우는 집에 기저귀와 물티슈, 우유 등 총 3000엔(2만7000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매월 무상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효고현 아카시시의 '기저귀 정기배송' 담당 차량.(사진출처=아카시시 홈페이지)
물품은 택배가 아니라 배달원의 대면 배송으로 이뤄진다. 시에서는 배달원을 육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성했는데, 아동 상담소 직원으로부터 학대 징후를 분별하는 법 등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한다.
배달원은 방문 세대에서 육아 고민이 있다면 상담에 응하고, 아이의 모습에 변화가 생기면 시 담당 부서에 연락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 가구는 2200세대에 달하는데, 실제로 "육아에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호소한 서비스 이용자가 있어 배달원이 담당 부서에 연결, 지자체가 지원에 나선 사례도 있다. 아카시시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만나 지켜보기 때문에, 작은 변화가 있어도 깨닫기 쉽고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도 쉽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저귀 배달 서비스가 사실상의 '육아 원스톱' 지원 서비스로 주목받으면서, 일본 각 지자체에서는 이를 벤치마킹하는 곳이 늘었다.
도쿄 시나가와구는 지난달부터 '지킴이 기저귀 정기배송'을 실시했다. 지난 4월 이후 출생한 자녀가 있는 가구라면 60개 육아용품 중 원하는 품목을 선택해 한 달에 한 번 배달원에게 대면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시나가와구는 "배달원이 방문할 때 육아 고민이나 곤란한 점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도쿄 시나가와구의 기저귀 정기배송 용품 카탈로그. 분유, 물티슈, 아이용 음료 등을 고를 수 있다.(사진출처=시나가와구 홈페이지)
이 밖에도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가 지난 10월부터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고, 오사카 돈다바야시시는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돈다바야시시의 경우 지난해 벌어진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재발 방지책으로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2세 아이가 자택에 방치됐다 열사병으로 사망했는데, 아이가 그전에도 자주 몸에 멍이 들어있는 등 학대의 조짐이 있었음에도 지자체가 이를 파악하지 못해 크게 질타를 받았다.
이처럼 기저귀 무료 배송 서비스는 일본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코소다테(孤育て)'를 해소하는데 효과적인 대책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박육아로 불리는 말로, 일본에서는 보통 주 양육자가 배우자나 친척 그 누구에게도 육아의 고민을 상담하지 못하고 고립되는 상태를 뜻한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아동학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가 지자체의 '학대 감시' 등으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육아 세대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마가타 후미하루 간사이대학 어린이가정복지과 교수는 "배달원 등 보호자가 지켜보는 것을 감시라고 파악해 경계해버릴 수 있다"며 "효과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배달원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신뢰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나눌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도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