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대법원은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 한국서부발전의 김병숙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소위 ‘김용균법’에서 출발한 산안법을 기틀로 하여 지난해 1월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처음에는 50인 이상 사업자에만 적용됐다. 내년 1월부터는 근로자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이지만 정부에서는 유예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 서비스업 등 업종을 막론하고 종업원의 사고는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인력 손실로 인한 경영상의 피해는 물론 보상금과 위로금 등 예정에 없던 자금도 필요하다. 특히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 초기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에 치명적인 경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까지 확대 적용되는 경우에는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면밀한 검토와 대비가 필요하다.
이런 경제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단체보험이 있다. 단체보험은 개인보험과 달리 기업의 모든 종업원이 하나의 계약으로 일괄 가입한다. 개인이 아닌 단체 그 자체를 위험 선택의 단위로 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개인보험에 비해 저렴하다. 또한 종업원의 나이와 관계없이 단일보험료로 가입이 편리하고 재해 사고에 대한 폭넓은 보장이 가능하다. 사업주는 단체보험 가입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산업재해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많은 기업에서 직원 복리후생의 용도 내지 비용 처리를 위한 목적으로 단체보험에 가입했었지만, 이제는 중대 재해 발생 시 민형사상 합의금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단체보험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즉, 중대 재해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처벌이 우려되는 경우 법인을 수익자로 지정하고, 산업재해가 일어날 경우 지급받는 단체보험의 보험금을 민·형사상 합의금으로 활용해 형사적 처벌에 대한 감경을 주장할 수 있다.
기업과 종업원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복리후생 강화 측면에서 유용하다. 종업원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고 심리적 안정에 따른 생산성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종업원이 퇴직하고 새로운 종업원을 채용한 경우에도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피보험자를 변경해 만기까지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기업이 보험료를 부담하면 납입보험료는 종업원 1인당 연간 70만원 한도로 복리후생비 등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단체보험에 가입한 종업원이 불의의 사고로 수령하는 사망·질병·상해보험금은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체보험은 수익자를 누구로 지정하는가에 따라 세법상 혜택 유무가 결정된다. 또한 보험회사마다 보장내용이 상이하고 보험료 할인율도 다르다. 가입 전 꼼꼼한 비교와 함께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한 이유다.
이인욱 교보생명 재무설계센터 웰스매니저(W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