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북한이 올해 5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핵 공격 불사"를 언급하는 등 핵 위협을 거듭 강조하는 배경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핵 군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핵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현재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핵 폐기나 포기는 이제 불가능하다. 그러니 '나도 미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 고체연료 기반 엔진도 성공한 것 봤느냐' 이런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으로 ▲탄도미사일 기술 급진전 ▲미국 대선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최근 북한은 고체연료 기반 화성-18형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 4월과 7월에는 '시험발사'였지만 지난 18일 발사 때는 '발사 훈련'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실전 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지난 2, 3월에 발사한 화성 15형과 17형은 액체연료 방식이었다. 액체연료는 발사 전 연료 주입 절차가 오래 걸리지만, 고체연료는 연료 저장 및 취급이 용이하고 유사시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태 의원은 "올해 하반기에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무기 거래가 본격화하고 맞물리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진전이 급상승했다"며 "얼마 전에 군사정찰위성도 궤도에 진입시켰고 이번에 발사한 고체연료 기반 ICBM 화성 18형도 고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염두에 두고 핵 군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핵 위협을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태 의원은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과 핵 군축 협상을 해서 미국에 대한 위협을 덜어내고,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김정은으로서는 트럼프 재선이 또 하나의 기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 기간에 도발 수위를 높여 향후 핵 군축 협상으로 몰아가기 위한 고지를 지금부터 선점하자는 차원에서 핵을 가지고 계속 들이받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도 풀지 못했다. 당선되면 김정은과 좋은 관계가 있으니 풀겠다'고 말한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리 군은 북한이 ICBM 기술을 완성하진 못했다고 보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의 실전배치는 과장됐다"며 "고도의 기술을 가진 미국이나 한국도 정찰위성은 (발사) 5∼6개월 후 임무 수행이 가능한데 북한이 쏜 지 열흘 남짓에 (정상 임무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기술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