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2024년 새해를 앞두고 전 세계 기업들을 긴장시키는 2개의 핵심 키워드가 있다. 바로 ‘생성형 인공지능(AI)’과 ‘Z세대’다. 내년부터 전 세계 사무실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둘이 함께 만나 일을 하게 되며 그 업무 성과가 각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먼저 올해 상반기 챗GPT 열풍을 거쳐 하반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과 구글의 ‘듀엣AI’ 등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소프트웨어 판매가 시작된 AI는 사무실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회의록 작성, 문서 요약 등 소위 막내들이 하던 업무를 이제 AI가 대신한다. AI가 우리의 일터에 본격 진입하면서 내년은 모든 세대의 직장인이 이러한 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첫해가 될 전망이다.
AI와 함께 전 세계 사무실로 진출하는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1세대(1997~2012년생)’ 직장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내년부터 Z세대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져 2025년 회원국 근로자의 27%를 차지하는 주력 세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 내년 초부터 정규직 근로자 중 Z세대의 비중이 베이비붐 세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AI와 Z세대가 동시에 일터로 진입하는 내년, 우리의 사무실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일단 변화의 물결은 AI와 Z세대가 얼마나 빨리 융합하느냐에 달렸다. Z세대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수월하지만, AI의 보급으로 직장에서 가장 크게 혼란을 겪으며 위축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우려되는 세대다.
비즈니스 전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는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보다 생성형AI가 본인의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로 나타났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경력이 짧고 비교적 쉬운 업무를 맡다 보니 자기 일을 AI가 쉽게 대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의 경우 Z세대와 비슷한 우려를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다른 세대에 비해 생성형 AI가 자신의 업무를 도와줄 것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당장은 사회 경험이나 직장 내 위치 및 업무가 고정된 베이비붐 세대, X세대가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측면에서 유리해 보인다. 이들은 기존 업무 숙련도가 이미 높고 적재적소에 AI를 활용할 방안 역시 잘 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 초 코파일럿을 시범 운영할 때도 임원이나 관리자가 사회 초년생 직원보다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좋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디지털기기와 함께 자라난 Z세대가 오랫동안 AI와 씨름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Z세대는 입사 전부터 학교에서 과제물은 물론 자기소개서까지 AI를 활용, 찰떡같은 결과물을 창조하는 데 도가 텄다. 링크드인은 "(Z세대는) 기술에 대한 편안함과 새로운 도구를 빨리 채택하는 능력이 경력 초기에 직면하는 문제를 빠르게 능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세대와 기술의 결합, 그리고 기존 세대와의 충돌은 각 일터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거대한 변화의 시류가 시작될 새해 벽두를 코앞에 두고, 각 기업은 더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세심한 전략과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