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역 표준점수 최고점 150점… 국·영·수 모두 어려워진 올해 수능(종합)

평가원 수능 성적 분석 결과 발표
국어·수학·영어 모두 변별력 높아
탐구 '선택과목 간 유불리' 여전
평가원 "난도 조절, 보완해나갈 것"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는 지난해보다 16점 상승했고, 수학은 3점이 올라 상위권 변별력이 모두 높아졌다. 영어도 절대평가 도입 이래 가장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킬러문항 배제 방침’ 적용으로 N수생(졸업생 이상)이 급증하면서 표준점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및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채점 결과 이번 수능은 소위 킬러문항이 배제되었지만 변별력을 확보했으며, 공교육 과정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항들이 출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교육 범위 내에서 출제됐다는 평가원의 입장과는 달리, 실제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불수능'으로 느껴질 만큼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어 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으로, 지난해 수능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134점)에 비해 16점 상승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하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올라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한다.

게다가 지난해 수능에 비해 표준점수 최고점자(64명)가 줄고 1~2등급 구분 점수가 높아진 것을 볼 때, 상위권 변별력이 높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3등급 구분 점수(116점)는 지난해 수능보다 1점이 낮아져, 중위권 수험생의 체감 난도는 지난해 수능과 유사하다고 느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학 영역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 대비 3점 높아진 148점으로, 수험생의 체감 난도는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최고점자 수가 크게 줄어들어(2520명→612명), 변별력은 더욱 높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영어 영역은 1등급 인원 비율이 지난해 수능(7.8%) 보다 3.12%포인트 낮고, 지난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인 4.17%로 나타났다. 최상위권 변별력은 높았고, 2~3등급 인원 비율은 지난해 수능과 유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어·수학·영어 난도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통합 수능 도입 이래 국·수·영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출제됐다"며 "금년도 출제기조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 내년도 수험생 입장에서 전과목, 전영역을 어렵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탐구 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사회 탐구 과목 간 1등급 구분 점수 차이는 최대 5점으로, 지난 9월 모의평가(4점)과 유사한 수준이다. 과학탐구 과목 간 1등급 구분 점수 차이는 최대 6점으로, 지난 9월 모의평가(12점)에 비해 크게 줄었다.

통합수능 이후 발생한 선택과목간 유불리 문제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됐다. 올해 수능에서는 국어 응시자 중 ‘화법과 작문’ 응시비율이 59.8%, ‘언어와 매체’ 응시비율이 40.2%였다. 유웨이 분석에 따르면 언어와매체가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게 나타나면서 이를 선택한 수험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수학 과목에서도 인문계열 수험생이 주로 응시했던 ‘확률과 통계’ 선택 비율이 지난해 수능에 비해 하락했고(46.2%→43.2%), ‘미적분’ 선택 비율이 증가(43.5%→48.9%)했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및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임 대표는 이번 수능 난도가 높게 출제된 이유에 대해 "갑작스럽게 킬러문항 배제로 수능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한 반수생들이 급등했고, 반수생들의 수준이 기대치보다 지난해에 비해 떨어졌을 가능성도 높다"며 "재수생들의 성적대 하락으로 표준점수가 기대치보다 높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지원 전략에 대해서는 "상위권 학생들은 변별력이 크게 확보되어 하향 지원보다는 상향, 소신지원 경향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자연계열 학생들은 내년도 의대모집정원 확대 이슈와 맞물려 소신지원 성향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오 평가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난도 구성하는 데 있어 졸업생 유입 분석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공교육 과정 내의 출제 원칙을 지키면서도 변별력은 확보하는 출제방향 기조는 앞으로 유지하면서 난도를 어떻게 조절해나갈 것이냐는 건 향후 전문가 의견과 시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서 보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의도를 달성한 시험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정부는 공교육 내에서 출제할 수 있는 범위대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를 최대한 제공함으로써 사교육을 통해 해소해야겠다는 유혹을 끊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 영역 만점자는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 평가원장은 "졸업생 1명이 만점을 취득했고, 과학탐구 두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에서 졸업생 응시 비율은 35.4%로, 지난해(31.1%)보다 4.3%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응시 인원은 지난해(44만7669명) 대비 2799명이 감소한 44만7870명이다. 재학생은 지난해보다 2만782명이 줄어든 반면, 졸업생은 1만7983명이 늘었다.

평가원은 수능 채점 결과를 8일 수험생에게 통지한다. 개인별 성적통지표는 접수한 곳(재학 중인 학교, 시험 지구 교육청, 출신 학교 등)을 통해 수험생에게 교부한다.

사회부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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