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정부가 한국가스공사의 배관망 독점으로 발생하는 폐해를 뜯어고친다. 배관망을 원활히 이용하지 못해 사업 운용에 차질을 빚던 민간 발전사들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3년 경쟁제한적 규제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국민생활 개선 및 기업활동 촉진과 밀접한 22건의 규제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가스공사가 독점하는 천연가스 배관망의 운영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그간 민간 LNG 발전업계에서는 수입한 천연가스를 항구에서 발전소까지 옮기는 데 애로사항이 크다고 토로해왔다. 현행법에 따라 민간기업도 반드시 가스공사의 배관망만 써야 하는데, 가스공사도 배관망을 사용하는 주체다 보니 스스로 유리하게 운영할 수 있어서다. 또 배관망과 관련된 정보가 대부분 비공개돼 있어 민간기업들은 언제, 얼마나 사용 가능한지 알기 어려웠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올해 안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배관시설이용심의원회’를 신설한다. 위원회는 가스공사의 배관망 운용을 심의하는 일종의 감시기구다. 사업자가 가스공사의 배관망 운용에 불만이 있으면 위원회에 개선을 요구하고, 심의 후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가스공사가 문제를 시정하도록 조치한다.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구성원은 외부 전문가 6명으로만 꾸리고, 위원장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민간에서 선정한다.
공정위는 공공성을 위해 가스공사의 배관망 독점권은 그대로 인정하되, 공기업도 민간과 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하도록 조치했다는 설명이다. 심재식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과장은 “LNG 발전사업이 주력인 기업은 가스망 활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며 “가스망을 공사가 아닌 중립적인 위원회에서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배관시설 이용에 필요한 정보의 공개도 확대한다. 민간기업의 이용 편의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배관망 주요 지점에서의 시간대별 배관압력이나 유량, 배관증설 계획 등이 공개 검토 대상이다. 공정위는 해당 조치가 이뤄지면 민간사업자의 비용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가스의 공급비용 감소로 이어져 발전단가 인하까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방안에는 혁신성장·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정책도 포함됐다. 우선 통신기기제조업 겸업 규제가 폐지된다. 현재는 비통신분야 기업이 통신기능이 탑재된 제품을 팔 때 반드시 ‘기간통신사업자’로 신고해야 한다. 이 경우 겸업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창의적인 융·복합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해왔다. 공정위는 사물인터넷 등 신산업 성장이 가파른 만큼 해당 규제 폐지로 관련 신산업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소비자들이 자신이 경험한 의료기관 이용 후기를 더 자유롭게 게시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기관 정보를 알리면 불법 광고에 해당했는데, 앞으로는 대가를 받지 않거나 특정 의료인을 지목하지 않는 등의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