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미국 의회 역사상 최초로 하원의장에서 해임된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올 연말에 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공화당 차세대 리더들을 지원하는 등 정치에는 계속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매카시 전 의장은 6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을 통해 "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미국에 봉사하기 위해 올해 말 하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3일 하원 본회의에서 공화당 소속 강경파 의원들이 주도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이 통과되며 사상 최초로 의장직에서 해임된 지 약 두 달만의 발표다.
매카시 전 의장은 "이제 내 일이 막 시작됐다는 것을 안다"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를 영입할 것"이라며 "공화당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나는 내 경험을 차세대 지도자들을 지원하는 데 보탤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종 워싱턴(의회)이 더 나설수록 미국은 더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 나는 소상공인으로 일을 시작했다. 기업인들과 창업가(risk-takers)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입법보다는 혁신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덧붙였다.
매카시 전 의장은 최근 몇주간 자신의 향후 행보를 두고 고민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캘리포니아가 지역구인 매카시 전 의장은 캘리포니아주립대 재학 중 빌 토머스 의원실에서 인턴을 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6년에 처음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된 후 현재까지 내리 9선에 오른 중진 의원이다. 2014년에 이어 2018년에도 원내 대표로 뽑혀 지난해 중간선거 승리에 기여했다. 그는 이날 칼럼에서도 "나는 17년간 의회 의원직을 맡았다"면서 "공화당을 하원 다수당으로 이끄는데 두번이나 도움을 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때 '트럼프의 호위무사'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공화당 내 강경파와 거듭된 마찰 속에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 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무려 15번의 표결을 거친 끝에야 하원의장직에 오를 수 있었고, 지난 10월에는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업무 정지)을 막기 위해 처리했던 임시예산안을 두고 당내 강경파가 반발하면서 결국 미 의회 역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사태 주인공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카시 전 의장의 조기 사임은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었다"면서 "다만 하원에서 과반수를 유지하고자 하는 후임자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매카시 전 의장은 10월 말 하원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행보를 두고 각종 루머가 잇따르자 기자들에게 "좀 살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매카시 전 의장이 올 연말 의원직에서 물러날 경우 주법에 따라 약 4개월 후 보궐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하원의 의석수는 공화당 220석, 민주당 213석이 된다. 공화당이 여전히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지만, 의석수 차가 7석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원에서 의안을 처리할 때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4표 이상 나오면 의안 처리도 어려워진다. 매카시 전 의장은 당내에서 선거운동 기부금 면에서도 선두권에 속하는 거물 정치인으로 꼽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