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은주기자
기획재정부와 전문가 모두 물가를 낮추는 할당관세의 정량적 효과 분석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유통 과정에서 작용하는 변수가 복합적이어서,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 변화의 엄밀한 인과관계를 수치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품목이 활용되는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관세 인하에 따른 물가 인하 효과가 가장 광범위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효과가 클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감세 혜택의 규모도 커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제한적으로만 선택할 수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을 바탕으로 국회에 ‘2022년도 할당관세 부과실적 및 결과’를 보고했다. 분석에 따르면 원자재의 생산자가격 인하 효과가 가장 큰 품목은 원유(LPG, 나프타)와 LNG로 나타났다. 나프타는 관세를 면제한 당월에 최대 1.0%까지, 프로판은 최대 0.78%까지 생산자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LNG는 관세 인하 이후 1개월 이후 도시가스(가정) 0.66%, 일반 0.44%, 산업 0.40%까지 생산자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품목은 다른 상품들의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원료로 쓰인다. 이 때문에 관세 인하 효과가 물가를 내릴 수 있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본다. 송영관 KDI 연구위원은 “특히 LNG의 경우 전기 생산 과정에서 널리 쓰이는 원료이기 때문에, 관세 인하로 전기 생산 비용이 떨어지면 산업의 전반적인 비용 절감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원유 시장에서 가격에 대한 정부 영향력이 큰 특수한 환경을 고려할 때 관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의 최종재 가격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관세 인하 효과는 정량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정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최종재에 미치는 명확한 숫자를 산출해내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정부는 KDI의 분석 결과에서 나온 구체적인 수치를 참고할 뿐, 정책 결정의 핵심 근거로 활용하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다만 정부와 KDI 모두 원유의 활용 범위를 고려할 때 원유의 물가 인하 파급 효과가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KDI는 지난해 원유(프로판, 부탄)의 할당관세 적용으로 인해 난방비가 0.15% 내려가고, LNG는 난방비 0.31% 인하시키는 효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수 지원 규모가 큰 원유와 LNG에 대한 할당 관세 적용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할당관세 조치에 대한 세수 지원액은 LNG 7383억원, 원유(나프타 제조용) 2296억원, LPG는 690억원이었다. 이들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으로 1조원 가까운 세금이 덜 걷힌 셈이다. 재정이 부족하고 세수 부족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말까지 이어가기 어려운 선택이다. 정부는 2024년 탄력관세 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LNG?LPG 및 나프타 등 유류 관련 품목들의 경우에는 내년 상반기 중 지원 규모만 우선 결정하고, 하반기 지원연장 여부는 내년 상반기에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