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지원약속 CJ 아레나 무산위기, ’30조 경제효과’ 공염불로

'완공기한 연장'두고 민·관 입장차
국토부, 조정위 열고 합의 추진
CJ측 "조정 불발되면 사업 못한다"

이미 투입된 사업비만 7000억원에 가깝고 추정 경제효과가 30조원에 달하는 경기 북부 지역의 최대 민간개발 프로젝트 'CJ라이브시티' 사업이 허공에 날아갈 위기다. 최대 이슈인 '완공기한 연장'에 대해 경기도가 허락해 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시행자인 CJ그룹 계열사 'CJ라이브시티'는 국토교통부가 10년 만에 재운영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이 불발될 경우 사업 전면 백지화까지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11월 중 합리적인 조정안 제시와 양측 협의 등을 토대로 조속한 공사재개와 2026년 완공을 지원하겠다”고 사업 정상화를 언급했으나 실상은 좌초 직전이다.

사업 무산 위기에 몰린 CJ라이브시티 공사 현장. 지난 4월 이후 공사가 멈춰있다[사진제공=CJ라이브시티]

PF 조정위원회는 최근 여러 민관합동 PF 사업의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부실화를 막기 위해 국토부가 운영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이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이 출자한 개발사업이 대상이다. 경기도가 부지를 제공한 CJ라이브시티 사업 역시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조정위는 공공과 민간에 의결된 조정안을 통보하게 된다. 그러나 조정안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결국은 지자체의 의지에 달렸다는 뜻이다.

2016년부터 추진된 CJ라이브시티 사업은 경기도 고양특례시 장항동 일대에 32만6400 ㎡(축구장 46개 크기) 부지에 총사업비 1조8000억원을 들여 K팝 전문 아레나(음악 공연에 최적화된 시설을 갖춘 대형 공연장)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실내 좌석만 2만석 규모에 야외까지 합치면 최대 6만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당초 2020년 완공 예정이었다. 그러나 3차례의 사업 계획 변경과 경기도의 인허가 승인 지연 등 난항을 겪었다. 2021년 10월 착공에 들어갔지만 지난 4월 공정률 17%대에서 공사를 중단했다.

美 기업 "한국 행정, 이해 못 하겠다"

공사가 중단된 핵심 원인은 자금 문제다. 자재비와 인건비의 상승 등으로 기존 계약으로는 건설사와 공사를 이어가기가 어려워졌다. 당초 완공 목표 시점인 3년 전과 비교하면 공사비가 30% 이상 올랐다.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1조2000억원 규모였던 총사업비는 1조8000억으로 불어났다. CJ라이브시티는 그간 총 2750억원 규모의 장기 CP(기업어음)를 발행하며 공사를 이어가려고 애썼지만, 한계에 도달했다. 모기업인 CJ ENM 역시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733억원에 달하는 등 자금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려면 먼저 '완공기한 연장'이 필요하다. 완공기한은 2020년 12월로 이미 3년 가까이 지났다. 사업 공모 주체인 경기도와 CJ가 합의한 완공 기간이다. 기간 내에 완공하지 못하면 지체보상금을 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보상금이 더 불어나는 형태다. 이미 보상금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다. 사업의 핵심 파트너인 미국 기업 AEG가 완공기한 연장이 되지 않는다면 사업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AEG는 전 세계 300개 이상의 아레나, 경기장 등을 소유·운영하고 있는 공연업계의 '미다스의 손'이다. CJ라이브시티와 지분 절반씩을 투자해 공연 기획과 프로모션을 진행할 합작법인을 추진하고 있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완공기한 연장이 허락되지 않으면 사업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AEG는 세금 한 푼 들어가지 않는 민간사업을 이렇게 홀대하는 것에 대해 한국의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세제 혜택이나 장기 융자까지 지원하는 다른 나라와는 사업 환경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CJ라이브시티가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은 '유상 임대'로 제공받은 부지 하나뿐이다.

경기도 "완공기한 연장 불가"

CJ라이브시티는 'PF 조정위원회'에서 완공기한 연장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완공기한 연기를 허락하지 않는 경기도의 입장이 변함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실제로 사업 주관부서인 경기도 콘텐츠사업과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사업이 늦어진 귀책 사유는 명백하게 CJ측에 있다"며 "현재로선 완공기한을 연장해 줄 생각이 없다"고 했다. 공기를 맞추지 못했는데 지체보상금을 받지 않으면 특혜나 배임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감사원의 감사를 받을지도 모른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물론 사업이 지연된 일차적인 원인은 3차례의 사업계획 변경 때문이다. 그러나 전적으로 CJ 측에만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행정절차를 거치는 데만 소요된 시간이 50개월에 가깝기 때문이다. CJ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11개월 동안 경기도의회의 행정 사무조사를 받았으나 결국 무혐의로 드러났다. ‘특혜’라는 의혹만으로 아무것도 못 하고 시간을 날렸다. 2차 변경계획과 3차 변경계획 승인에도 각각 14개월과 13개월이 소요됐다. 아레나 건축 인허가에도 12개월이 걸렸다. 게다가 이번 조정위는 조정안 결정 이전에 감사원 사전컨설팅이 가능하도록 명시했기 때문에 특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CJ 측의 입장이다. 사전 컨설팅 제도는 적극 행정 등을 추진하려 하지만 의사 결정이 어려울 때 감사원이 의견을 제시해 주는 제도다.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자체의 경우 완공기한 연장을 해준 사례도 많다.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경우 인천시가 2차례에 걸쳐 사업기한을 39개월 연장해줬다. 연장 사유는 투자계획 변경, 사업계획 변경이었다. 사업 주체는 미국 리조트 기업 모히건이다. 1만5000석 규모의 이 공연장은 이달 중 개장할 예정이다. 미국 회사가 CJ라이브시티 대신 최초의 'K팝 아레나' 타이틀을 얻게 된 셈이다.

'BTS 완전체' 돌아와도 공연할 곳 없다

CJ가 포기하면 이 사업을 대신 이어나갈 대기업은 마땅히 없다. 앞으로 필요한 자금만 1조원이 넘는다.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달려들 이유도 없다. 주 수입원인 ‘대관료’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관료는 콘서트에서 발생하는 수입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공연 제작사, 대행사가 대부분 가져간다. 지난해 KSPO돔을 포함해 올림픽 공원 일대의 4개 시설에서 발생한 대관료 수입 합계는 140억이었다. CJ라이브시티 규모가 3배가량 크다는 점을 고려해도 대관료를 받아 사업비(1조8000억원)를 회수하려면 100년은 기다려야 한다. 사업비를 은행에 넣고 이자만 받아도 대관료 수입보다 많다.

'문화보국(文化保國)'을 지향하는 CJ그룹이기에 가능한 사업이었다. 사업이 만약 좌초된다면 '30조 경제효과'는 물거품이 된다. 2019년 EY한영 회계법인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사업이 운영될 경우 10년간 경제적 파급효과가 29조8676억원, 취업유발효과가 20만명에 달한다. 연간 1조7453억원의 소비 효과를 유발하고 고양특례시가 거두는 지방소비세도 1년마다 15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2026년은 돼야 완공이 가능하다. 엔터업계는 CJ라이브시티 사업이 정상화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국내에 6만명짜리 공연장은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서울월드컵경기장 정도다. 축구장은 대관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올림픽 주경기장은 2026년까지 리모델링이 진행된다. 'BTS 완전체'가 활동을 재개하는 2025년이 돼도 제대로 공연할 만한 대형 공연장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현재 가장 큰 공연 장소인 KSPO돔(최대 1만5000석 내외)의 경우 상반기 중에 올해 대관 예약이 모두 끝났으며 웃돈을 주고 대관을 넘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K팝 발전,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치권이 무언가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산업IT부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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