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반대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다 행사하더라도 그만큼의 자금이 준비돼있다."
"(매출 목표를) 설명하라고 하면 아주 보수적으로 봤다고 보면 된다. 제가 직접 확인한 숫자다. 그룹을 대표해 이야기할 때 책임질 이야기를 해야 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반드시 합병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다졌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양사 간 합병이 본격화된 가운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해 "많이 들어올 거 같지 않다"며 "이미 준비된 자금이기 때문에 반대 가능성이 있는 걸 다 받아도 큰 문제가 없을 거 같아서 불확실성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룹 전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자금이 충분한 만큼 모두 받아내겠다는 설명이다.
앞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양사는 지난 23일 인천 송도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양사 간 합병 안건을 가결했다. 참석 주주 대부분이 찬성하는 높은 성원 속에 이뤄졌다. 앞서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지배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찬성의 뜻을 밝혔고, 소액주주들도 직접 찬성 광고 게재에 나서는 등 당초 예상된 대로 주총에서의 승인은 무난하게 이뤄졌다. 양사 간 합병은 오는 12월 28일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주총 당일 셀트리온의 2대 주주(7.43%)인 국민연금공단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이유로 안건에 기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주식매수청구권이 암초로 떠올랐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등 사안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자신의 보유 주식을 일정 가격으로 매입해달라고 청구하는 상법상 보장된 권리다.
당초 셀트리온그룹이 밝힌 총 주식매수청구 행사 한도는 1조원이다. 이를 넘어설 경우 추가 자금 조달을 하지 않는 한 합병이 어려울 수도 있다. 문제는 양사 모두 현재 주가가 그간 주식매수청구 행사가를 밑돌았다는 점이다. 주식매수청구 행사가는 셀트리온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7251원이다. 셀트리온그룹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소식이 전해지며 다행히 이날 시가는 각각 15만500원, 6만7500원으로 이와 비슷한 수준을 형성했다. 또한 서 회장이 직접 모든 자금을 마련해서 얼마가 되든 다 받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 회장은 합병 성사 이후에 앞서 선언한 '내년 매출 3조5000억원·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030년 연 매출 12조원의 글로벌 빅 파마'라는 통합 셀트리온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도 확언했다. 그 핵심은 최근 미국에서 신약으로 승인을 받은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명)'다. 서 회장은 앞서 2030년 3조원으로 예상했던 짐펜트라의 매출을 5조원까지 끌어올렸다.
피하주사(SC)라는 높은 투약 편의성을 무기로 앞서 유럽에서 확인된 기존 약의 대체 통한 점유율 상승효과를 고려했을 때 3년 내 3조원, 최대 7조원의 매출까지 올릴 수 있다고 그는 자신했다. 또한 짐펜트라가 신약으로 승인된 만큼 기존의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위한 할인을 크게 줄이고 경쟁사 대비 비슷한 가격으로 매출을 크게 끌어올린다는 구상도 전했다.
또한 짐펜트라를 포함해 '2030년 신약 매출 5조원'이라는 목표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셀트리온은 먹는 항체 치료제,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플랫폼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 회장은 "현존하는 가장 유망한 플랫폼"이라며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그것도 영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중 라니 테라퓨틱스와 협업하고 있는 먹는 항체 치료제는 지난달 호주에서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 기반의 임상 1상을 시작했다. 김성현 셀트리온 의학본부장(이사)은 "투약을 완료했고, 내년 1분기에 결과를 볼 수 있다"며 "지금까지 동물 실험 데이터를 봤을 때 완성도가 높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속적인 추가 협업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내년에 (먹는 항체 치료제 임상이) 하나를 더 할 거고, 이중항체, 면역 치료제가 하나 더 나갈 것"이라며 "내후년에는 ADC 제품도 4개 나갈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전했다.
바이오시밀러 역시 현재의 파이프라인을 대폭 늘려 2030년까지 블록버스터의 바이오시밀러 총 22종을 확보해 앞서 밝힌 매출 목표를 모두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이 같은 목표에 대해 "그룹 대표해서 이야기할 때 책임질 수 있는 이야기 해야 한다. 아주 보수적으로 본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 매출은 신제품 5000억원, 기존 제품 2000억~3000억원의 매출로 보고 제시한 숫자"라고 언급했다.
또한 합병 이후의 회사 운영에 대해서는 양사 합병에 이어 셀트리온제약까지 3사 합병을 내년 안으로 마무리하는 한편,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를 상장하고 나면 유상증자를 큰 규모로 할 것"이라며 "그 회사는 전략적 투자(SI)가 중심이 돼 바이오헬스케어 펀드를 만들어 지주회사 성격에 맞춰 투자하려고 한다"는 투자 전략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