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강한 소비·국채금리 상승에 장초반 하락세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7일(현지시간) 예상보다 강한 소매판매 지표에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장초반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벤치마크인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8%선을 재돌파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오전 10시3분께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6.42포인트(0.28%) 내린 3만3888선에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2.31포인트(0.74%) 떨어진 4341선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68.67포인트(1.24%) 하락한 1만3399선을 기록 중이다.

S&P500에서 기술, 통신, 유틸리티, 임의소비재, 헬스 관련주는 하락 중이고, 에너지, 소재, 산업 관련주는 상승 중이다. 특히 기술관련주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미국 정부가 이날 저사양 인공지능(AI) 칩에 대해서도 중국으로의 수출을 추가 금지하면서 반도체관련주가 일제히 내렸다. 대표 AI반도체주인 엔비디아는 전장 대비 5%이상 밀렸다. 인텔은 2.8%, AMD는 2.6% 하락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파벳 등 다른 기술주들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트리는 골드만삭스가 투자의견을 상향한 후 2%이상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기대 이상의 실적에 소폭 올랐다. 록히드마튼 역시 분기 컨센서스를 초과하며 1%대 상승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연간 가이던스 상향에도 약보합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투자자들은 이날 개장 전 공개된 소매판매, 국채 금리 움직임,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추가 조치 등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9월 소매판매는 예상을 웃돌았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7049억달러로 전월 대비 0.7% 증가했다. 이는 전문가 전망치(0.2%)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간 시장에서는 누적된 긴축, 초과저축 고갈, 학자금 대출 상환 개시 등을 이유로 미 소비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으나, 여전히 탄탄한 수준을 나타낸 셈이다.

예상을 웃도는 소매판매는 즉각 긴축 경계감을 끌어올리며 국채금리 상승세로 이어졌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4.8%를 재돌파했다. 30년물 금리는 4.95%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5.17%선으로 올랐다.

노스엔드 프라이빗 웰스의 알렉스 맥그래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소매판매가 예상을 웃돌며 국채 금리가 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면서 "소매판매 보고서가 중립적인 Fed의 발언을 소화하려고 애쓰는 투자자들에게 계속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볼빈 웰스 매니지먼트의 지나 볼빈 사장 역시 "오늘 소매판매가 연방준비제도(Fed)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면서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이 소비자들의 지출을 방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가 이날 저사양 AI칩의 중국 수출을 추가로 금지하고 나선 것 역시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투심을 한층 악화시켰다. 상무부가 이날 공개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에는 AI칩에 대한 성능밀도 기준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저사양 AI칩인 A800과 H800의 수출이 통제된다. 또한 상무부는 중국의 제재 우회를 막기 위해 중국 본사의 해외사업체에 대한 반도체칩도 수출하기로 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상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점령자(이스라엘)의 위협은 두렵지 않다.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을 전격 방문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스라엘의 지상전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전면전을 막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소식 여파로 오름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5%이상 오른 배럴당 87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6%이상 뛰어 18.3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경제 불확실성을 둘러싼 우려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골드만삭스, BoA의 3분기 매출은 예상치를 상회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했다. 록히드마틴 역시 올해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지수에 상장된 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경우 2022년3분기 이후 첫 플러스로 돌아서는 게 된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크 해펠 CIO는 투자자 메모를 통해 "이익 침체가 끝났고 미 경제가 건전한 소비자 활동, 인플레이션 완화, 견조한 성장으로 완만하게 착륙할 궤도에 있다고 본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유럽증시는 혼조세다. 독일 DAX지수는 0.25%, 프랑스 CAC지수는 0.24% 밀렸다. 영국 FTSE지수는 0.47% 상승 중이다.

국제1팀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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