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만기가 돌아왔다…갈아타기 고민하는 예테크족

5대 은행 모두 정기예금 4%대
상호금융·저축은행 등도 예금금리 상승곡선

#직장인 유정환씨(33)는 지난해 10월 가입했던 연 최고 5.4% 예금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해당 예금액 5000여만원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 중이다.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시중은행서도 연 4%대 상품이 등장하는 등 조금씩 금리가 상승 추세여서다. 유씨는 당분간 연 3%대 후반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파킹통장에 이를 재예치하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예테크족의 눈치작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하반기 수신금리가 정점을 찍었을 무렵 들었던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어서다. 각 금융기관도 수신 재유치를 위해 수신상품 금리를 조금씩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론 금리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파킹통장(수시입출금식 통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날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최고 연 4.00~4.05%로 모두 4%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초만 해도 3.68~3.85%(9월 4일 기준)에 머물렀던 수신금리가 약 한 달여 만에 하단은 32bp(1bp=0.01%), 상단은 20bp씩 상승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등이 최고 연 4.05%, KB국민은행의 'KB 스타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이 최고 연 4.00%의 금리를 제공한다. 5대 시중은행을 제외한 중소형 은행엔 이를 뛰어넘는 금리 수준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이 최고 연 4.35%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전북은행의 JB 1 2 3 정기예금(4.20%), Sh수협은행 헤이정기예금(4.10%), 제주은행 J정기예금(4.10%)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이처럼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말 수신금리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유치한 수신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엔 레고랜드 사태의 영향으로 각 금융기관이 수신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5대 은행 중에서도 연 5%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이 등장하기도 했다.

각 금융기관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고금리 시기 유치한 수신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간 금융권의 수신 증가액은 96조2504억원으로 대략 100조원에 이르렀다. 통상 정기예금을 12개월 단위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이 중 상당액의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수신유치 경쟁은 신용협동조합, 농·수산업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더욱 활발한 편이다. 대전 문창신협의 경우 12개월 만기 기준 최고 5.00%의 정기예탁금 상품을 판매 중이며, 서울 서울행복신협(4.95%), 서울 든솔신협(4.75%)도 은행권 대비 높은 예금 상품을 내놨다. 적금 상품의 경우는 더욱 금리 수준이 높다. 경기 평택성동신협의 경우 100억원 한도로 연 최고 6.30%의 적금 특판을 실시 중이다.

저축은행도 수신이탈을 막기 위해 조금씩 수신금리를 높이고 있다. 전날 기준 전국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12개월 만기) 금리는 4.24%로 전월 초(4.11%)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다. CK·머스트삼일·동양저축은행에서 연 최고 4.60%의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 중이며, 이보다 소폭 낮은 4.50~4.55%의 금리를 제공하는 곳도 수두룩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2금융권의 경우 수신 외 다른 조달 수단이 마땅치 않은 만큼 평상시에도 은행권에 비해선 금리 경쟁에 적극적인 편"이라면서 "앞서 새마을금고가 뱅크런(예금 대량 이탈) 위기를 겪은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예테크족도 적지 않다. 시장금리가 상승추세인 만큼 아직 수신금리가 고점에 이른 것은 아니란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각 금융기관의 파킹통장이다. 지난달에만 5대 시중은행에 10조원이 넘는 요구불예금이 쏠리기도 했다.

OK저축은행의 파킹통장 상품인 OK 읏백만통장Ⅱ의 경우 최고 연 5%의 금리를 적용 중이다. 구체적으론 100만원 이하엔 최고 5%, 100만원 초과~500만원 이하엔 최고 4%, 500만원 초과엔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목돈을 예치해도 높은 이율을 적용하는 상품도 있다. NH저축은행은 'NH FIC-One 보통예금'에 1억원까지 최고 연 3.8%를, SBI저축은행은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에 1억원까지 연 3.5%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당국선 이런 흐름이 과도한 수신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 한도 규제를 폐지한 바 있다. 은행채 발행을 자유롭게 해 수신 경쟁 압박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다. 업계서도 채권시장 경색이 재발하지 않는 한 지난해처럼 5~6%를 넘어서는 수신 경쟁이 벌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더해 국제 정세 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수신금리도 당분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이처럼 수신금리가 오르는 시기엔 수신상품의 만기를 짧게 잡거나, 파킹통장을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밝혔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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