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물가상승-경기침체' 갈림길…전쟁 시나리오 따라 韓경제 휘청

중동 지정학적 갈등에 물가 불안 확산
국제유가 더 오르면 美긴축 기조 강화
다만 물가보다 경기침체 앞당길 가능성도
향후 전쟁 양상 따라 한국 경제도 휘청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한국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이 미국과 이란으로 확산하면 국제유가와 함께 물가 상승세가 커져 국내외 금리인상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고, 반대로 전쟁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앞당길 경우 물가와 금리 부담은 줄 수 있으나 수출 정상화 지연 등으로 경기 전반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주요 외신과 금융·외환시장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면서 국제 원자재·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다.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국제유가다. 전쟁 당사국은 주요 원유 생산국이 아니지만 팔레스타인 하마스 배후에 주요 산유국인 이란이, 이스라엘 배후에는 미국이 있기 때문에 전쟁 직후 국제유가는 일제히 4% 안팎의 급등세를 보이는 중이다.

전쟁發 물가불안 커지면 한미 금리인상 압력↑

아직 이번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당장은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만큼 물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세계 1, 2위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도 이란이 증산에 나서면서 국제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왔는데, 이번 전쟁으로 오히려 이란발 유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중동 전쟁에는 아랍 이슬람권의 맏형 격인 사우디도 개입될 수 있는 만큼 흐름을 예측하기 더 어렵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은 이란-팔레스타인, 사우디-이스라엘 간의 정치적 이슈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천연가스 개발과 동지중해 해상가스관 등을 둘러싼 에너지 패권 다툼도 일부 상존한다"며 "에너지 관점에서 중동의 이슈는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만약 국제유가가 치솟아 물가 상승세가 커진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가 강화되고, 가뜩이나 불안한 미국 국채 금리를 더 자극할 수 있다. 실제 Fed가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연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하거나,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한국 경제는 자금유출이나 원·달러 환율 상승이 심해질 수 있고, 한국은행 역시 추가 금리인상 카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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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보단 오히려 침체가 걱정…원·달러 환율도 하락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동 전쟁이 인플레이션보다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부추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새로운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작용하며 국채 금리 상승을 확대시킬 수 있으나, 상황에 따라 경기 침체를 자극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돼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중동 지역 전쟁이 시작된 만큼 조건반사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미국과 이란, 사우디 등 주변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 유가나 물가 상승세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전날 한은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당국도 시장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이번 사태로 국제유가 변동폭이 확대됐지만 사태 초기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제한적"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 종가보다 1.5원 내린 1348.4원에 출발한 뒤 장 초반 1340원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이나 Fed의 긴축 기조가 더 심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더 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란이나 사우디의 직접적인 개입과 같은 사태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인플레이션, Fed 정책 전망의 큰 변화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韓경제 불확실성 확대…전쟁 시나리오 따라 휘청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충격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물가가 안정되고 수출도 증가세로 돌아서며 본격적인 '상저하고'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미국 긴축과 중동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됐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도 지난달부터 수출 실적이 좋아지고 있으나, 아직 가격 반등은 크지 않아 업황 개선을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중단기적으로 한국 경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양상과 이에 따른 국제유가, Fed 통화정책 기조 등에 따라 휘청일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각종 갈등 리스크가 경기 사이클은 물론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할 공산이 한층 커지고 있다"며 "미국 내 정치 갈등과 예상치 못했던 이스라엘발 중동 불안 등 다양한 갈등 국면이 글로벌 경기 모멘텀을 점점 더 약화시킬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금융부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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