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영기자
영국 수도인 런던에서 생애 첫 주택 구입이 10년 전보다 약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차입 비용이 상승한 데다, 물가 급등으로 인한 가계 부담 증가가 주택 구입 감소로 이어졌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영국 최대 주택담보대출 회사인 핼리팩스를 인용해 올해 1~8월 런던에서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 2만4323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10년 전인 2013년 대비 9%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영국 전역에서 생애 첫 주택 구매자가 10년 전보다 줄어든 지역 또한 런던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거주자의 첫 '내 집 마련' 움직임이 눈에 띄게 감소하긴 했지만 런던만의 문제로 보긴 어렵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런던 뿐만이 아닌 영국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이 같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핼리팩스에 따르면 올해 1~8월 영국인들의 생애 첫 주택 구입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금리인상과 주택시장 침체,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여파로 풀이된다. BOE는 0%였던 기준금리를 2021년 12월부터 인상해 현재 5.25%까지 끌어올렸다. 영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7%로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긴 했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높다.
특히 물가 급등으로 가계의 생활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는 예금 및 저축 감소로 이어졌고, 주택 시장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영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28만8030파운드(약 4억7400만 원)로 지난해 대비 2% 하락했다고 핼리팩스는 분석했다. 핼리팩스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런던의 문제가 나머지 영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가계의 저축 여력이 줄어들고 있고, 처음 내 집 장만에 나서려는 사람들도 이젠 더 이상 런던에 거주할 여력이 없다"며 "영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