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은 고사하고 축의금까지 뜯겨"
"사람 없다고 해 아는 언니까지 동원"
결혼식 하객 자리를 채워주는 '하객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일당은 고사하고 돈까지 뜯긴 사연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28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는 '하객 아르바이트 다녀왔는데 차단당했다'는 후기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지난달 9일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 구인 글을 보고 하객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 구인글은 예비 신랑이 올린 것이었다. 예비 신랑은 "축의금을 내야 식권이 나가니 1만 원 넣고 오시면 제가 식 끝나고 다시 입금해 드리겠다. 오후 4시 예식이고 20대~30대 후반이면 된다. 복장은 정장이면 좋겠고, 사진 촬영까지 부탁드린다"고 구인글을 냈다.
A씨는 아이 데리고 구경할 겸 참석하겠다고 댓글을 남겼으나 결혼식 당일 깜빡하고 다른 곳으로 외출했다. "언제 오실 수 있냐? 오기로 한 사람도 다 못 온다길래 걱정된다"는 예비 신랑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하객룩으로 빼입고 예식장으로 향했다. "주변에 더 데리고 올 수 있는 사람 없냐"는 예비 신랑의 부탁에 아는 언니 식구까지 동원했다. 아는 언니 부부의 축의금 3만원까지 A씨가 대신 냈다. 마지막까지 남아 기념 촬영까지 참석했음은 물론이고 결혼식 내내 예비 신랑의 사진도 핸드폰으로 찍어 전송해줬다.
하지만 돌려받기로 한 축의금은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신랑에게 "아는 언니 식구 축의금 3만원까지 제가 냈다. 제 축의금은 제외하더라도 언니를 대신해 낸 축의금 3만원이라도 돌려달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이틀 후에나 왔다. "신혼여행 와서 이제 봤다. 저녁에 돈 보내주겠다"는 신랑은 끝내 돈을 보내주지 않았고, 심지어 A씨를 차단했다.
A씨는 "하객 아르바이트로 갔지만 정말 진심으로 축하하고 사진도 찍어줬다. 그날 시간 맞춰 간다고 정신없이 준비해서 갔고, 열심히 축하도 해줬다. 돈 3만원 없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지만 정말 허무하다"며 "평생 남을 결혼사진에 우리 얼굴도 다 찍혔는데 나였다면 볼 때마다 찝찝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하객 없는 이유가 있다" "신부 SNS 알고 있으면 신부한테 메시지 보내서 받아내라" "신부가 불쌍하다" "얼굴 다 공개한 결혼식에서 저런 사기 칠 생각을 한다니"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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