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학대 살해한 계모, 징역 17년…법원 '아동학대치사죄' 적용

"살해 고의성 증명 안돼" 죄명 변경
'상습아동학대' 혐의 남편은 징역 3년

12살 의붓아들을 멍투성이가 될 정도로 학대해 사망케 한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은 계모에 대해 법원이 비교적 가벼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살해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죄명을 '아동학대살해죄'에서 '아동학대치사죄'로 변경한 이유가 크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는 25일 A씨(43)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이같이 판결했다. 또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의 남편 B씨(40)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판례나 관련 증거를 비춰볼 때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무죄를 선고해야 하지만, 피고인이 아동학대치사죄 등은 인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치사죄는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지속적인 학대로 피해자가 느꼈을 좌절과 슬픔은 알기 어렵다"며 "죄에 상응하는 기간 잘못을 참회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 수법이 잔혹했다"며 "권고 형량은 2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이지만, 이 사건과 사실관계가 유사한 '정인이 사건'을 참고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12살 초등생 학대한 계모(왼쪽)와 친부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 초까지 11개월 동안 인천 남동구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C군(12)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여차례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C군이 성경 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자주 무릎을 꿇린 채 장시간 벌을 세웠고, 연필로 허벅지를 찌르거나 알루미늄 봉 등으로 온몸을 때리기도 했다. C군은 숨지기 이틀 전 옷으로 눈이 가려진 채 16시간 동안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이 묶였고, 그 사이 A씨는 방 밖에서 CCTV와 유사한 '홈캠'으로 감시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태아를 유산하자 모든 원망을 B군에게 쏟아내며 점차 심하게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도 2021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드럼 채로 아들 C군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아내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모로부터 장기간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하면서 10살 때 38㎏이던 C군의 몸무게는 29.5㎏으로 줄었고, 사망 당시 온몸에서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 B씨는 C군이 사망한 날 오전 직장에 출근했다가 "아이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아내의 연락을 받고 귀가해 119에 신고했다. C군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 부부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몸에 든 멍은 아들이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며 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이후 경찰 추궁을 받자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고 인정하면서도 "훈육 목적이었고 학대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C군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사망하기 전까지 학교에 계속 결석해 교육 당국의 집중 관리 대상이었다.

지자체팀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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