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 성사, 투자자 보호 방안이 관건

한국거래소,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진행 중
대주주 적격성보다 경영 투명성,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이 더 주요한 변수

대법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된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에게 실형을 확정하면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기업공개(IPO)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논란거리가 될 수 있어서다. 다만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는 투자자 보호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1일 "상장을 앞둔 기업의 대주주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무조건 승인을 불허하진 않는다"라며 "최대주주 관련 투자자 보호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 방안을 충분히 마련하면 상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질적 심사 중요…경영 투명성, 내부통제, 투자자 보호 갖춰야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대한 상장예비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월에는 경영 투명성을 입증할 자료를 추가로 요청했다. 이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된 영향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한국거래소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관련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점은 경영 투명성과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실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장예비심사 기간은 45일이다. 상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이슈가 발생하면 심사가 길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배터리 화재 사건으로 상장 예비심사가 7개월이나 걸리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매출, 영업이익 등 형식적 요건을 갖춘 기업이 상장 심사를 신청하기 때문에 질적 심사가 관건"이라며 "해당 산업의 지속가능성, 지배구조 투명성 등이 상장 이후에도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예비심사가 늦어지는 배경에는 그룹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도 작용하고 있다. 이 전 회장 구속 이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각하면서 시장에서 책임 경영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에코프로 임원 4명은 지난 7월 자사주 5790주(약 26억원)를 장내 매도했다. 6월에는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사장과 에코프로비엠 임원들이 자사주 2800주(약 7억8380만원)를 장내 매도했다.

"임원 자사주 매각 사전 통보하라"…당국에 맞춤형 방안 제시하나

한국거래소가 이를 중요한 심사 요건으로 보는 이유가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상장사 대주주와 임원 등이 자사 주식을 매도할 때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거래금액 50억원 이상일 경우 거래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대주주나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각하면 주가 고점으로 인식되거나, 악재가 있다고 판단돼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단순 매도일지라도 개인 투자자들이 온전히 주가 변동을 감당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자본시장에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면서 사후 공시 체계 등 제도 개선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가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각 때 사전 통보를 당부한 것도 상장예비삼사를 고려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송 대표는 최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등 상장사 임원들에게 "시장이 예민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자사주 처분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할 경우 사유를 사전 통보해 회사와 상의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에코프로그룹 관계자는 "기업이 경영 성과 보상금으로 지급한 스톡옵션인 개인 재산권에 대해 강제할 수 없지만, 책임 있는 자세로 시장과 소통하자는 의미로 자사주 매각 자제와 사전 통보를 권고했다"며 "금융당국이 대주주의 자사주 매각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만큼 임원이 주식을 매각할 때 시장과 소통한 후 즉시 공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상장예비심사에서 질적 요건으로 크게 △기업계속성 △경영 안전성 △경영 투명성 △투자자 보호를 따진다. 기업계속성은 산업의 성장성과 매출의 지속성을 의미한다. 상장 후 안정적으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경영 안정성 항목과 함께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평가다.

상장의 관건은 결국 경영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 방안이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판단할 때 효율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했는지, 이해관계자와의 거래가 적정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이 전 회장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로 실형을 받은 만큼 에코프로그룹 임원들의 주식 거래를 회사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그룹은 배터리 산업으로 단기간에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며 "전경련 가입과 계열사의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영 투명성, 내부통제, 지배구조 등에서 책임 있는 경영 태도로 시장 투자자와 소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대주주가 불공정 거래 행위로 문제를 일으켰지만, 시장 관점에서 볼 때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인 만큼 경영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높은 수준으로 마련한다면 상장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증권자본시장부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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