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주기자
이 해저케이블 시장 선점을 위해 KT서브마린을 인수하는 등 잇단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전통강자'인 프랑스 넥상스,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독일 NKT와 견줄 만큼 몸집을 키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계획을 발표한 미국에 쏠린다. 해저케이블 수요 급증이 예상되지만 미국은 자체 생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손을 잡게 되는 업체가 해저케이블 생태계를 리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글로벌 톱3에 맞설 LS전선의 전략이 기대된다.
17일 LS전선은 KT로부터 KT서브마린의 지분 24.3%(629만558주)를 449억원에 매입, 총 45.6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 4월 매수청구권(콜옵션) 계약을 통해 경영권 지분을 잠정 확보한 지 약 4개월 만에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다. KT서브마린은 이날 주주총회를 열고 LS마린솔루션으로 사명 변경을 확정한다. 이로써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제조(LS전선)부터 시공(KT서브마린)까지 수직계열화하면서 수주 경쟁력이 높아졌다.
LS전선은 2008년 동해에 국내 최초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한 이후 지금까지 약 7000억원을 해저케이블 사업에 투입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유일, 아시아 최대 규모인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초고압직류송전)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최근 LS전선은 유럽 북해 해상풍력단지를 잇는 2조원대 HVDC 케이블을 수주하는 등 사업 성과를 확대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부터 수주한 대규모 해저 사업의 규모는 유럽을 포함해 3조원대다.
이같은 LS전선의 공격적인 투자에는 해저케이블 산업의 성장세가 한몫하고 있다. 전 세계가 해상풍력발전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에 열을 올리면서 이를 육지와 연결해 줄 해저케이블 산업의 미래는 밝은 상황이다. 해상풍력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이동시키려면 초고압 해저케이블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HVDC 케이블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0년 70조원에서 2030년 159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은 글로벌 해저케이블 사업 성장을 가속하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10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30GW(기가와트)의 해상풍력발전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은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2025년까지 27GW 이상이 설치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해상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됐지만, 해상풍력 산업에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적용한다는 점은 기대감을 높인다고 말한다. 다른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경우 미국산 부품 비중이 40%로 설정된 반면, 해상풍력은 20%만 웃돌면 된다. 전선 메이저들이 지역 내에 포진한 유럽과 달리 미국은 자국 국적의 해저케이블 생산 기업이 없어 해저케이블 메이저 업체들에겐 청신호다.
문제는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에는 고난도 기술력과 특수설비가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HVDC는 LS전선을 포함해 넥상스, 프리즈미, NKT, 스미토모 등 소수 기업이 과점하는 시장이다. 미국에 해저케이블 생산공장을 가진 기업은 넥상스뿐이다. 프리즈미안은 미국에서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LS전선은 지리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전선업계 전통강자들과 견줄 만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해저케이블 4위 사업자인 만큼 미국 진출에 대한 LS전선의 의지는 누구보다 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LS전선 측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LS전선 관계자는 "미국 진출과 관련해 당장은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