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히잡을 쓰지 않고 국제 대회에 참가했다가 이란 정부에 보복당할 위험에 처한 체스선수 사라 카뎀(25)이 스페인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현지 매체 '엘 파이스'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필라르 욥 스페인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법무부가 사라 카뎀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스페인 국적과 시민권을 부여했다"라고 보도했다.
카뎀은 지난해 12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국제체스연맹(FIDE) '세계 래피드 & 블리츠 체스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 그는 히잡을 쓰지 않고 맨 얼굴로 대회에 나섰다.
사라 카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당시 이란 언론도 히잡 없이 대회에 나선 카뎀의 모습을 집중 보도했다. 1997년생인 카뎀은 세계 랭킹 804위 체스 선수다.
외신들은 당시 카뎀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카뎀과 카뎀의 가족이 이란으로 귀국할 경우 정부로부터 보복당할 수 있다고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실제 카뎀은 경기 종료 후 이란으로 귀국하지 않고,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매체는 "카뎀이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이 공개된 것으로 인해 목숨이 위험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라며 "카뎀 부부는 스페인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나, 안전 우려로 위치를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카뎀은 지난 1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스페인 망명 후 약 한 달만의 일이었다. 당시 산체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당신(카뎀)의 사례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라며 "모든 여성 선수에게 지지를 보낸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