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민현기기자
#1. 전남 목포 한 초등학교 교사인 A(29)씨는 요즘 직업에 대한 회의감과 무력감을 떨칠 수가 없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소란을 피우고 돌아다니는 학생을 복도로 불러 말로 훈육했다가 아이 부모로부터 "아동학대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듣고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말썽을 부리는 아이에게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교사가 가르칠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 광주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B(26)씨도 학부모의 흉기 같은 말에 상처를 입고 임용 후 2년 만에 휴직을 선택했다.
자신의 학급 한 학생이 사이버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되레 호통 소리만 들었다.
"그런 일로 굳이 저녁 먹는 시간에 전화해서 가족 분위기 망쳐야겠어요?",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는데, 내일 교장실로 찾아갈 겁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교육 공동체라는 믿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B씨는 "현실은 꿈과 너무 달랐다"며 "이제 학부모에게 연락하는 게 두렵고 교사의 역할을 잘 알 수 없어서 휴직까지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광주·전남에도 교권 침해 '미투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해 4월 광주 한 초등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이 공론화된 적이 있어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 교사는 학생들 간 싸움을 제지하다가 교실 책상을 넘어뜨렸고, '잘못한 점이 없다'고 쓰인 학생의 반성문을 찢었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고소당해 민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청에 접수되고 있는 교권 침해 신고도 급격히 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에 접수된 교권 침해 신고는 2020년 35건, 2021년 67건, 2022년 9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학생 지도 과정에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으로 인해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시 교사를 보호해야 할 교장과 교감이 승진 점수나 최우수 학교 선정에 영향이 미칠까 봐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게 되면서 학부모들과 마찰을 일체 꺼리게 된다고 일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박삼원 광주교사노조 관계자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려도 학부모들은 자녀를 더 우선시하면서 교사를 고소하거나 협박하기에 이르고, 교사들은 그저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교육 당국은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신속히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