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정부가 2025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한 가운데 정원을 얼마나 증원해야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논의하기 위해 27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 방안 논의를 위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이는 지난 8일 열린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사 인력 확충에 합의한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사 인력을 얼마나 늘릴지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자리다.
많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동의하는 편이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 측 전문가는 “감소하는 우리나라 인구구조 특성을 고려하면 의사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엇갈렸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기반하여 필요한 의료수요를 전망한 결과, 인구가 감소하지만 고령화에 따라 의료수요는 증가해 2050년 약 2만2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예측했다. 권 박사는 “의사 수를 늘린다고 자동적으로 의사 분포가 개선되는 건 아니지만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의사 인력 분포 불균형 문제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봉착한 지역별, 전문과목별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추진하는 동시에 의사인력 규모 조정을 통한 정책의 운용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석 고려대 교수는 2020년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추계’와 2021년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급추계 연구’를 바탕으로 2035년에 의사가 각각 9654명, 2만7232명 부족할 거라고 전망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저출산 등을 고려하면 의사는 부족하지 않고, 의사 수 증가는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 문제가 나타난다고 했다. 의대정원 증원을 통해 확보된 의료인력이 현장에 나가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당장엔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냈다. 우 원장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의대정원 확대보다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 ▲응급의료체계 ▲지불보상체계 등을 개편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의사인력의 수요·공급 추계를 바탕으로 통계·보건 전문가들과 적정 의사인력 규모를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 포럼을 마련했다”며 “정부는 수급추계와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필수의료 강화에 필요한 최적의 의사인력 증원 규모를 도출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