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전력난으로 원전 재가동이 진행 중인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사기업인 도쿄전력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재가동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의 주체인 도쿄전력이 원전 가동을 맡는 것이 불안하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수도권인 도쿄도 일대의 전력난 해소가 시급한 일본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와 공영방송 NHK 등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전날 니가타현의 가시와사키 가리와 원전 재가동과 관련, 도쿄전력이 원전 사업자로 적합한지 여부를 재확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원전은 2007년 지진 피해를 입어 가동을 중단했던 곳이다.
가시와사키 가리와 원전 전경.(사진출처=가시와사키 가리와 원자력발전소 홈페이지)
마이니치신문은 "규제위는 2017년 가리와 원전 6, 7호기 재가동 주체로 도쿄전력이 적합하다고 인정하고 심사를 통과시킨 바 있다"며 "이미 내린 판단을 규제위가 재검토를 선언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원전은 2017년부터 규제위 심사를 받는 등 재가동을 준비 올해 여름 이후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규제위가 아예 판단을 뒤집었다. 규제위는 원전 운영문제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당사기업인 도쿄전력의 적격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규제위가 문제로 삼은 것은 원전 운영의 안전문제다. 2021년에는 발전소 직원이 중앙제어실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방호상의 문제가 발생했고, 지난달에는 진행한 검사에서는 경보장치 오작동, 악천후 감시 태세 등이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규제위는 대책 수준을 4단계 중 최악에 해당하는 '적색'으로 판정했다.
주민들은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같은 달 도쿄전력 직원이 원전 안전대책 공사 관련 서류를 자동차 외관에 올려놓고 운전해 분실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가시와사키시장 등은 도쿄전력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하기도 했다. "도쿄전력이 아닌 다른 원전 사업자가 원전을 맡아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온 상황이다. 원전 재가동에는 원전이 입지한 지방자치단체의 동의가 필수기 때문에, 재가동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가시와사키 가리와 원전에서 관계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출처=가리와 원전 홈페이지)
이 문제로 도쿄전력은 가와사키시뿐만 아니라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의 광범위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쿄전력은 이 원전을 10월에 재가동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이달부터 전기요금을 14%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재가동 시기를 예측할 수 없게 되면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 상황이다.
니케이는 "내년 2월 도호쿠 전력의 미야기현 오가와 원전 2호기를 제외하고는 원전 재가동은 예정된 것이 없는 셈"이라며 "수도권에서는 올해 여름에 이어 겨울에도 전력 수급에 난항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