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상승률 2.3% 넘으면 물가관심 높아져 기대인플레 불안'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최소 2.0~2.3% 이상 오르게 되면 가계나 기업의 물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경제 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지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충분히 근접하기 전까지는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19일 발표한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통해 "고물가 시기에는 임금 협상이나 가격 설정에 현재 물가상승률, 향후 전망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물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이 충분히 낮은 시기에는 가계나 기업이 소비, 투자를 결정할 때 물가 상황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물가안정에 대해 '인플레이션의 수준과 변동성이 낮아서 가계나 기업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라고 정의했다.

한은은 이런 현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물가상승률 수준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물가관심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본 후, 물가관심도가 높은 시기와 낮은 시기에 물가 충격에 대한 기대인플레이션의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했다.

우선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물가', '물가상승률'. '인플레이션'을 검색한 빈도와 전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간의 관계를 추정한 결과, 물가상승률이 2.0~2.3% 수준보다 높은 경우 물가상승률에 비례해 검색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물가가 2.0~2.3% 이상이면 물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한은이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지낸 테일러 굿스피드의 방법론을 원용해 전월 CPI 상승률에 따른 물가 인식오차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물가상승률이 2.6% 이상 높아지면 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오차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2.6% 수준을 상회할 경우 경제주체들의 물가관심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처럼 물가상승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경제주체들의 물가관심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물가 관련 정보와 충격이 경제주체들의 기대 형성에 즉각 반영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수 있다.

실제 한은이 이에 대해 분석한 결과 물가상승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 물가관심도가 높아질 경우 물가 충격이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크고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이 물가관심도 자극 수준을 상회하는 경우 물가관심도가 낮은 국면에 비해 물가 충격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반응이 2~3분기 동안 크게 나타났고, 유의한 반응이 나타나는 기간도 3~4분기 정도 더 길게 추정됐다.

한은은 이같은 분석 결과를 종합해 "중앙은행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물가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금융부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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