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줄 땐 언제고'…복날 앞두고 '개고기' 논란 재점화

서울시의회 '개·고양이 식용금지안'
육견협회 "생존권 위협" 거센 반발

복날을 앞두고 개고기와 관련 논쟁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개·고양이 식용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자 육견협회가 "생존권 위협"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김지향 의원은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달 31일 대표 발의했다. 전날(8일) 입법 예고됐고 12일까지 시민 의견을 듣는다.

2019년 초복인 7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9 복날추모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 심사 및 통과를 촉구하며 개 사체 모형을 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산지와 유통처가 불명확한 개고기의 비위생적인 실태를 서울시가 집중적으로 단속하도록 하고, 개고기 취급 업체와 식품접객업소 등의 업종 변경을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체에 최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개고기 취급 업체 등의 업종 변경을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며, 과태료 부과 유예기간(공포 후 1년)도 설정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판매하려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채취나 제조·가공·사용·조리·저장·소분·운반·진열할 때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하도록 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이번 조례안도 서울시장이 개·고양이를 먹지 못하게 하면서 과태료 규정을 준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현행법상 개고기 판매는 불법이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소와 돼지, 닭 등을 식용 목적의 가축으로 규정하는데, 축산법에서 규정한 가축들은 식약처의 식품위생법에 따라 제조부터 보존 방법까지 세세한 규정을 맞춰야 한다.

[사진출처=아시아경제DB]

개는 축산법상으로는 가축으로 지정돼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위생관리 법상 개고기를 도축하거나, 팔기 위한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식용 가축이 아니라는 뜻이다.

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관습적으로 오랫동안 개고기를 섭취해왔다’는 이유로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이를 단속하거나 금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조례 제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식용금지 조례안은 이르면 이달 319회 정례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과돼도 1년간의 시행 유예기간을 뒀다.

해당 조례안이 공포되면 개 식용 업계 업종 변경을 위한 경영 컨설팅 등도 지원될 예정이다. 또 개 식용 업계와 동물보호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운영회도 운영된다.

육견업계 "생존권 위협" 반발

보신탕 [사진출처=아시아경제DB]

육견업계 종사자들은 “조례안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 식용금지 조례안 대표발의자인 김 의원과 대한육견협회 회원 등이 참석한 정책간담회에서 이들은 "개고기를 위생적으로 도축·가공할 수 있도록 법 사각지대를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또 원활한 업종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는 "과거 정부가 (육견업계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지원금까지 줘 놓고 지금 와서 (개고기가) 혐오식품이라고 매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육견협회 한 관계자는 "6~7년 전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모란시장 (육견) 상인들이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면 좋겠다고 해서 여러모로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당장 생존권의 문제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개고기 논쟁은 국회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에는 식용 관련 업체 종사자 가운데 전업 지원 대상을 누구로 하고, 전업에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지원할지 같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중 대표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 때 만들어진 민·관 합동 ‘개 식용 문제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3월 전국 성인 남녀 1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5.8%가 “개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5.5%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슈2팀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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