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되고 싶다'던 '성전환' 나화린 선수, 경륜 여성부 우승

"여성부 기량 높아 생각보다 어려웠다"
지난해 성전환 수술 받고 성별 정정 마쳐

국내 최초로 성전환 여성으로서 공식 경기에 출전한 나화린(철원) 사이클 선수가 첫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나 선수는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 출전해 강릉과 춘천 대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는 출발부터 선두로 치고 나와 330m 트랙 3바퀴를 도는 동안 내내 선두 자리를 지켰다.

나 선수는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많이 긴장했는데 온 힘으로 달린 것 같아 뿌듯하다"며 "남은 두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혹시 나의 출전으로 상대 선수들이 기권하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에 긴장해 2시간밖에 못 잤다"고 고백했다. 나 선수는 경기를 마친 뒤, 본인의 출전으로 인해 1등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는 상대 선수들을 찾아가 사과의 뜻으로 음료를 건네기도 했다.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나화린(철원) 선수가 역주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그는 성별 정정 절차도 마쳐 법적으로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로 시작하는 여성이다. 현재 여성부 출전 자격은 성별 외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에 나 선수의 출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키 180cm, 몸무게 72㎏, 골격근량 32.7㎏의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체조건을 가진 그가 여성부에서 경쟁하는 것이 맞느냐는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일반 여성의 평균 골격근량은 20~22㎏이다. 또 나 선수는 성전환을 하기 전인 2012년 제47회 강원도민체육대회에서도 사이클 남자 일반1부 1㎞ 독주와 4㎞ 개인추발 등 4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남녀로 딱 잘라 정해진 출전 부문에 성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전국체전 출전도 가능하다. 강원도는 여성 사이클 선수층이 얇아 도민체전 수상자가 전국대회 출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슈2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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