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사외이사 대책위, 한국판 폭스콘 조치 할 수 있나

사외이사들, ESG 현안해결 나서
쇄신안 낼 수 있을지 주목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들이 하기로 한 팀장 사망 사건 대책위원회 활동이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 최대 협력업체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 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애플과 미국 노동감시단체가 진상조사를 해 개선책을 내놨던 것처럼 사외이사가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서 경영진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 문두철, 강정혜, 오정석, 박상희 등 4명은 정호영 대표이사 사장이 관여하지 않는 가운데 직원 사망 대책위를 가동하기로 했다. 사망 원인, 전후 상황 파악, 근본 대책 등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고 활동 기간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 4인 모두 회사의 모든 자료를 열람할 권한이 있는 감사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상법 412조에는 감사는 언제든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2022년 LG디스플레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보면 사외이사 4명 모두 작년 감사위원회 출석률 100%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및 고용노동부 조사와 별개로 사외이사들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의 심각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외이사가 발 벗고 나서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현 한국ESG기준원) 원장을 지냈던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료 열람 권한이 있는 감사위원들이 이사회 보고도 올라오기 전에 스스로 보고서를 써서 경영진에게 전달하겠다고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폭스콘 진상조사'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비슷한 사례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2010년 한 해 폭스콘에서 직원 13명이 자살하자 애플은 미국 노동감시단체 공정노동위원회(FLA·Fair Labor Association)와 함께 폭스콘 노동조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폭스콘이 중국 노동법 50건 이상 위반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임금을 기존보다 2배 올리고 60시간 넘던 주당 근로 시간을 49시간까지 줄이기로 했다.

김동수 김앤장법률사무소 ESG경영연구소장은 "사건 발생 전 리스크 예방 활동보다 발생 후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 대책위 활동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사외이사 대책위 활동이 애플과 FLA가 펴낸 보고서만큼의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회사 외부 인력이 독립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한국 ESG 경영에 긍정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이사회 회의 출석률 등을 통해 기업 ESG 경영활동을 평가하는 기관에서도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 대책위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기관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굉장히 파장이 큰 사내 ESG 문제, 그중에서도 'S(사회)'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사측이 실행에 옮길 경우 한국 ESG 경영 개선에 굉장히 중요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산업IT부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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