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사각사각 써 내려가는 느낌 너무 즐거웠어요'

교보문고,2023 손글씨대회 공모
2015년부터 손슬쓰기문화확산캠페인 펼쳐

"디지털 기기에 길들여지면서 손으로 쓰는 것이 어색해지던 어느 날,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종이에 사각사각 써 내려가는, 손이 기억하는 그 느낌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이 느낌 잊지 않고 교보손글씨대회도 늘 응원하겠습니다." 신수현씨(48)는 지난해 교보문고가 개최한 ‘제 8회 교보손글씨대회’에서 오가와 이토의 <츠바키 문구점>에서 발췌한 내용을 손글씨 써 으뜸상을 받았다. 글씨도 사람과 함께 나이를 먹으면 늙어간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손글씨대회에서 으뜸상을 받은 김혜남씨(81)의 음식과 문장(나카가와 히데코 저)

김혜남씨(83)는 나카가와 히데코의 <음식과 문장>에서 으뜸상을 받았다. 김씨는 "팔십 넘은 노인에게 예선 통과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으뜸상 수상이라니. 퇴직 후 매일 3시간 이상씩 성경을 공책에 한 자, 한 자 옮겨 쓴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금으로 좋아하는 펜과 공책을 잔뜩 사다 놓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즐겁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교보문보는 디지털 소통의 부작용에 대한 해법으로 손글쓰기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2015년부터 ‘손글쓰기문화확산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은 책속의 문장을 손글씨로 적어 응모하는 교보손글씨대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만의 손글씨를 뽐내는 이벤트인 일상속손글씨, 손글씨대회 수상자의 감성이 담겨있는 무료폰트(손글씨폰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손글씨대회를 주관하는 곳은 손글쓰기문화확산위원회로 신달자 시인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교보손글씨대회에서 으뜸상을 받은 신수현씨(48)의 츠바키 문구점(오가와 이토 저)

올해 손글씨대회는 2일부터 시작됐다. 2일부터 7월 3일까지 예선을 치러 300명에 한해서 7월 21일부터 8월 7일까지 본선을 치른다. 내외국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아동, 청소년, 일반으로 나눠 심사가 진행된다. 응모방법은 간단하다. 응모용지에 감명 깊게 읽은 "책 속 문장"을 선정해 50자 이상 작성하면된다. 본선 심사를 통해 으뜸상 10명, 버금상 20명을 선정해 상장과 부상을 증정한다.

손글씨 효과는 집중력, 기억력, 사고력, 표현력 등에 도움을 준다. 교보문고가 소개한 내용을 보면, 미국 워싱턴대학의 버지니아 버닝거 박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해 손으로 글씨를 쓴 아이들이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많은 단어를 더 빠른 속도로 생각하고 표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뇌연구원 서유헌 원장은 입으로만 말한 아이는 33%만 기억한 반면에, 손 동작을 곁들인 아이는 90%까지 기억한다는 사실을 통해 손글쓰기가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노트북 필기하는 것과 손으로 필기를 하는 것을 비교한 결과, 손으로 필기하는 학생이 수업을 이해하는 능력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성모병원 장수의학센터의 유정선 교수는 고연령층에서 손을 많이 사용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의 기억력 손상이 40%가량 낮음을 밝혀냈다.

바이오헬스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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