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수소경제]'청정수소 메이커' 왕좌 노리는 SK E&S

11월 SK인천석화단지서 3만t 액화수소 생산
탄소포집저장 활용 청색수소도 2026년 양산
美 플러그파워와 아시아 지역 공동사업 추진

'도시가스 업체에서 국내 최대 수소 사업자로'

인천시 서구 원창동에 자리한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5만여㎡(약 1만5000만평) 부지에는 부생수소를 고순도 수소로 정제하는 설비 공사가 한창이다. 나일론이나 플라스틱을 만드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인 부생수소를 이 설비에 넣으면, 고순도 수소가 나온다. 이 수소를 영하 253도의 초저온으로 냉각해 액체로 만든다. 이른바 액화수소다. 부피가 기체 수소의 800분의 1에 불과해 대량 저장, 운송에 유리하다.

SK E&S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Plug Power)’의 1MW급 고분자전해질막(PEM) 방식 수전해 설비

이런 액화수소를 충전소에 보낸다. 액화수소 충전소는 압축기를 사용하는 기체 충전소와 달리 초저온 펌프를 활용해 4배 이상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SK E&S는 올 11월부터 이곳에서 부생수소 기반의 액화수소를 연 3만t 생산한다. 수소 승용차(넥쏘 기준) 7만5000대가 동시에 지구 한 바퀴(약 4만km)를 돌 수 있는 양이다.

SK E&S는 부생수소 기반 액화수소를 시작으로 다양한 청정수소 생산에 나섰다. 목표는 '세계 1위 수소 사업자'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최대 투자자가 바로 SK E&S다. 1999년 도시가스 사업자로 출범한 SK E&S는 액화수소에 이어 청색(블루), 녹색(그린) 수소 모두 다루는 수소 생산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흔히 수소를 색으로 구분한다. 가장 이상적인 수소는 녹색(그린)이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이른바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든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뿜어내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자원 낭비 없이 끊임없이 재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생산 단가가 비싸다.

다음은 청색수소다. 청색수소는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분해해서 만든다. 제작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잡아 따로 저장하기 때문에 화석연료보다는 친환경적이지만 녹색수소보다는 환경에 부담을 준다. 만약 천연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면서 이산화탄소를 방치하면 회색수소다.

액화수소가 인천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청색수소는 충남 보령이 무대다. SK E&S는 한국중부발전과 5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6년 보령LNG터미널 인근 지역에 청색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연간 25만t의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청색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낼 때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해 탄소배출을 줄였다.

SK E&S는 호주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가져와 수소를 생산하고, 생산 과정에서 포집한 탄소를 다시 인근 가스전에 매립할 계획이다. 청색수소는 부생수소 기반 방식 보다 친환경적이고, 녹색수소에 비해 경제성이 높다. SK E&S는 이를 통해 액화수소 3만t과 청정수소 25만t 등 연간 28만t의 수소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 E&S는 동티모르 해상에 있는 '바유운단'(Bayu-Undan) 천연가스 생산설비를 CCS 플랜트로 전환하기 위한 기본설계(FEED) 작업에 착수한다. 사진은 바유운단 가스전 전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만든 녹색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중이다. SK E&S는 SK(주)와 2021년 1조85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의 최대주주(지분 10%) 자리에 올랐다. 플러그파워는 물을 전기분해하는 전해조 설비 선두업체로, 세계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설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SK E&S와 플러그파워는 지난해 합작사 'SK플러그하이버스'를 설립, 국내 최초로 MW급 PEM 수전해 설비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산업부 주관 국가 연구개발 과제인 '10MW급 재생에너지 연계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 기술 개발' 사업에도 참여해 단일 설비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5MW급 PEM 수전해 설비를 구축, 운영할 예정이다.

수소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과 활용 분야에 이르는 생태계 구축도 추진 중이다. 버스나 지게차, 드론 등 다양한 모빌리티가 주요 대상이다. 상용차는 배터리 무게와 충전 시간 문제로 전기차로 전환이 어렵지만, 수소를 활용하면 빠른 충전이 가능하고 배터리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장거리 운행과 고중량 화물 운송에 유리하다. SK E&S는 올해 전국에 액화수소충전소 30여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중 8곳은 연내 상업 운전이 목표다.

또 SK플러그하이버스는 아시아 시장에 수소 연료전지와 수전해 설비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수소 설비 생산·연구기지 '수소기술 R&D센터 및 기가팩토리'를 건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추형욱 SK E&S 대표는 "경쟁력 있는 액화 수소를 차질 없이 생산·공급해 올해를 국내 액화수소 확산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업IT부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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