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창업 뿌리, DVD 대여사업 25년 만에 종료

DVD 우편배달, 올해 9월말로 완전 종료
미국 내 비번공유 단속 2분기말부터 본격화

넷플릭스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의 근간이 된 DVD 대여 사업을 25년 만에 중단한다. 영화 DVD를 빨간 봉투에 담아 우편함에 넣어주던 넷플릭스의 초창기 사업 모델은 이제 온라인으로 즐기는 방대한 오리지널 콘텐츠에 자리를 내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넷플릭스는 18일(현지시간) 초기 사업으로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우편 DVD 배달(DVD-by-mail) 서비스를 올해 9월 29일부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넷플릭스는 1997년 DVD를 우편으로 판매, 대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1년 만에 DVD 판매 사업은 중단한 넷플릭스는 대여에 초점을 맞췄다. DVD를 전달할 때 사용한 빨간 봉투는 넷플릭스의 상징이었다. 당시 넷플릭스는 DVD 1개를 대여할 때마다 요금을 받았다.

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과거 영화 '아폴로13' DVD를 빌린 뒤 잘못 반납해 40달러(약 5만3000원)의 연체료를 낸 경험을 했다고 한다. DVD 대여 사업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당시 헤이스팅스는 연체료를 내지 않는 DVD 서비스의 필요성을 깨달았고 사업에 이를 적용하려고 했다.

그렇게 넷플릭스가 월 구독 모델을 출시한 건 창업 2년 뒤인 1999년이었다. 월정액을 내는 회원에게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주는 서비스였다. 2000년 초 넷플릭스는 DVD 1개당 대여금을 받는 요금제를 아예 없앴다. 월정액을 내면 별도로 기한을 두지 않고 여러 DVD를 대여해줬다. 사업은 초기부터 큰 관심을 끌었고 사업 첫해에만 가입자가 24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DVD 대여 고객을 상대로 스트리밍을 처음 소개하기 시작한 건 2007년이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넷플릭스가 PC로 영화를 전달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2002년 상장한 넷플릭스는 5년 뒤인 2007년 기존 DVD 대여 가입자에게 무료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에만 해도 스트리밍 가능한 영화는 1000편, DVD로 볼 수 있는 영화는 7만편 수준이어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DVD 사업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넷플릭스의 2006년 DVD 대여 서비스 월정액 가입자 수는 600만명이 넘었다. 성공적으로 사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사업 모델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이에 헤이스팅스 창업자는 "DVD가 100년간 유지될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넷플릭스의 2막을 궁금해하는 것"이라며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처음에는 DVD 대여 사업이 핵심 사업, 스트리밍 서비스는 보조 사업이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의 DVD 대여 월정액 가입자 수는 2000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이 성장했고 DVD 대여 사업을 점차 역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넷플릭스가 2012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대거 탑재하면서 사용자들이 우편함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온라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3년 넷플릭스가 내놓은 '하우스 오브 카드'가 DVD로 함께 출시되지 않은 첫 오리지널 콘텐츠였다고 전했다.

그렇게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키워갔고,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17년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를 전염병 공포로 내몰았던 코로나19 사태에 넷플릭스는 오히려 기회를 맞으면서 2021년 1월 스트리밍 구독자 수가 2억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는 지난 25년간 52억개 이상의 디스크를 출하했다고 밝혔다. 1998년 3월 영화 '비틀주스' DVD가 처음 우편으로 발송되기 시작했으며, 우편으로 대여가 가장 많았던 인기 작품은 샌드라 블록이 출연한 2009년 미국 드라마 '블라인드사이드'였다고 소개했다.

테드 사란도스 현 넷플릭스 CEO는 이날 블로그를 통해 "25년간 운영해온 끝에 DVD닷컴을 올해 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징적인 빨간 봉투가 사람들이 집에서 쇼와 영화를 보는 방식을 바꿨고 스트리밍으로 전환해가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는 이제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도 구독자를 키워나가는 성장세를 지나 수익성 확보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첫 구독자 감소를 경험하며 '스트리밍 서비스의 위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1분기 가입자 수는 175만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06만명보다 적은 수치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 비밀번호 공유 단속을 2분기 말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제2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