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앞으로 걸어갈 때 우리는 몸을 잊고 정신으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뒤로 걸을 때는 정신을 버리고 몸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영국에서 작가와 컬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애나벨 스트리츠(Annabel Streets·58)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뒤로 걷기를 예찬했다. 그는 "우리의 뇌는 뒤로 걸을 때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어디로 가는 지 모르니 집중도가 높고 걷기에 몰두하게 된다"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몇 분 동안 해보라"고 권유했다.
뒤로 걷기의 또 다른 효과는 안정성과 균형감각 향상이다. 더 짧은 걸음으로 걸으며 발바닥을 통해 뒤로 구르기 때문에 정강이 근육이 강화하지만 무릎 관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릎에 좋지 은 이들에게 특히 좋다. 뒤로 걷기는 지방연소에도 효과적이다. 여러 연구를 보면 같은 속도로 앞으로 걸을 때보다 뒤로 걸을 때 에너지 소비가 거의 40% 더 높다. 또 다른 효과는 걷는 자세 개선이다. 가끔 뒤로 걸으면 더 우아하게 앞으로 걸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운동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종종 뒤로 걷기를 통해 다시 걷는 법을 배운다. 앞으로 걸을 때 넘어지는 경향이 뒤로 걸을 때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스트리츠가 추천하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평평한 길에서 천천히 시작하라. 뒤로 걷는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는 어색하게 보이기 때문에 가급적 사람이 적은 이른 아침이 좋다. 실내 복도 또는 길게 뻗은 정원을 찾아 시작한다. 피트니스클럽에서는 속도를 늦추고 핸드레일을 사용해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어깨 너머로 보고 싶지만 상체를 왜곡시키기 때문에 안하는 게 좋다. 자세가 정렬되면(곧게 펴고 어깨는 뒤로 젖힘) 발끝으로 착지하고 발끝에서 발뒤꿈치까지 발바닥을 굴리며 뒤로 한 발짝 내딛는다. 더 친숙하게 느껴지면 속도를 높인다. 경사지에서 시도하거나 (조심스럽게) 계단을 오른다. 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역방향 걷기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이동하는 공간과 그 공간이 어떤 느낌인지 예리하게 인식하게 된다. 시각이 쓸모없게 되면 다른 감각, 특히 고유 감각(때때로 우리의 육감이라고도 함)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스트리츠는 국내서도 소개된 <걷는 존재>라는 책에서 52가지의 걷기 방법을 소개한다. 1년 52주를 기준으로 스스로 직접 실천해본 걷기 방법을 새롭게 소개고 논문과 최신 연구 결과를 가져와 52가지 걷기의 장점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52가지는 추운 날의 걷기부터 바른자세로 걷기, 반려견과 함께 걷기, 순례자처럼 걷기, 그림을 그리며 걷기, 명상하며 걷기, 프랙털을 찾으면 관찰하며 걷기 등이다. 그 중 49번째가 뒤로 걷기다.
스트리츠는 4명의 자녀를 두었고 런던과 서섹스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애나벨 앱스(Abbs)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소설 <조이스 걸>(The Joyce Girl)로 영국 신인 작가상을 받았고 논픽션 <윈즈웹트>(Windswept)는 스미소니언 ‘2021년 최고의 책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국 런던과 이스트 서섹스를 자주 걷는다. 건강코치이자 작가인 수잔 손더스(Susan Saunders)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후반부를 만들고자 에이지웰프로젝트(agewellproject)라는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이는 개인사와 연관이 있다. 그는 25살이 됐을 때 염증성 질환 진단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할머니는 치매와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수잔 손더스 역시 모친이 치매를 12년 넘게 중증 치매를 앓다 사망했다.
이들은 "우리는 가족이 심장병, 암, 치매, 당뇨병에 굴복하는 것을 보았고 같은 운명을 겪을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었다"면서 "늙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결코 젊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우리는 분노에 휩싸인 10대, 무일푼에 숙취에 빠진 20대, 출산에 지친 30대, 스트레스에 지친 샌드위치 여성 40대로 시간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다. 50대에 있는 것을 즐기고 60대, 70대 및 그 이상에서도 즐길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