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poll]①동결 100%…韓 사실상 금리인상 끝

시장·경제전문가 21명 설문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100%에 달했다. 다음 달 25일 예정된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될 것이란 전문가 응답이 100%로 집계돼 2021년 8월 이후 1년 반 동안 진행된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 중 한은의 최종금리 역시 3.5%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100%에 달하면서 지난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긴축 행보는 없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금통위, 3.5% 동결 전망 '100%'

5일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은행 및 경제연구소 연구원 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상'을 전망한 전문가가 단 1명도 없어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4%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추가 긴축에 대한 부담이 커졌을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스위스(CS) 등의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도 금리동결에 힘을 싣는 요소로 작용했다. '물가 둔화·경기 침체·금융시장 불안' 세 가지를 이유로 국내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도 인플레이션 제어에서 경기·금융안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통화정책 무게중심 인플레이션 제어→경기·금융안정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 지난 2월 이후 2번 연속 동결 행보가 이어진다. 지난 1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금리 동결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낮췄다. 이후 9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다시 금리 인상 행보를 시작해 지난 1월까지 기준금리를 3.5%까지 3.00%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지난 2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년 반 동안 이어진 금리인상 행진을 멈춘 바 있다.

4월 금통위를 닷새 앞둔 가운데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동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금통위에서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뒀지만, 사실상 국내 금리인상 사이클은 종료됐다고 판단한다"며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해 한은이 기계적으로 통화정책 대응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약해졌고, SVB 등 일련의 글로벌 은행 관련 리스크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글로벌연구실장은 "물가 상승압력 완화, 경기둔화 우려, 해외 은행발(發) 금융불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는 금통위원 다수로 동결 결정이 내려지겠지만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물가 목표치를 상회하는 물가 수준에 대한 부담으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주장하는 1인의 소수의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한국 물가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안정적인 동향을 유지하고 있고, 재화·서비스 모두 하향 추세에 있는 반면 수출 등 경기 관련 지표들은 일제히 경기 둔화 전망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여타 국가들보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빠르게 개시했고, 초기 기준금리 인상의 큰 목적인 금융안정 혹은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인상의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5월 금통위도 기준금리 동결 100% 전망

4월에 이어 다음 달 25일 예정된 금통위에서도 21명의 응답자 전원이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성장세가 수출과 소비 동반 부진으로 예상을 밑돌 가능성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지 않는 이상 물가가 둔화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5월에도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금리 전망 역시 21명 응답자 전원이 3.5%로 현재와 동일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수순에 진입한 것으로 시장은 평가한 것이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금통위 당시 언급된 한은의 물가전망 경로는 2월 5% 내외, 3월 4%대, 연말 3%대 초반인데 실제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4.8%, 3월 4.2%를 기록하며 오히려 전망 경로를 소폭 하회했다"면서 "미 Fed의 최종금리 수준 역시 SVB·CS 등 은행 이슈로 인해 5.25%로 예상, 최종금리 수준까지 한 차례 인상만 남았다는 점에서 한은의 추가 인상 필요성은 낮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 응답 67%…0.25%P 인하 29%

올해 연말 금리를 전망하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7%(14명)가 현재 수준인 3.50%라고 전망했다. 3.25%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응답이 6명, 3.00%로 0.50%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응답이 1명 있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잔존하는 인플레 압력으로 인한 인상요인과 은행 리스크로 인한 기준금리 인하 요인이 혼재해 있는 양상이나 연말까지는 대체로 기준금리를 움직일 만큼 그 요인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도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소속 산유국들의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의 재상승, 국내 근원물가의 더딘 둔화흐름을 감안할 때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는 물가의 가파른 안정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하반기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시각을 나타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분기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중반을 하회함과 동시에 근원물가도 하락 기조를 나타내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정부의 경제 살리기와 부동산 대책 과정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며 "하반기 2차례 인하 이후 연말에 3.0%까지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 금통위 폴에 응답한 전문가

강민주 ING은행 이코노미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연구원,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임재균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수석연구원,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위원,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글로벌연구실장

경제금융부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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