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매출 2조9471억원에 영업이익 4241억원.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46% 늘었고 무엇보다 2019년부터 이어진 3년의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 4000억원대 흑자를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배달 주문이 3배 증가한 결과다. 하지만 흑자 기조가 이어질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웃을 수 없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이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민도 이 상황을 타개할 전략 마련에 나섰다.
4일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는 모바일인덱스로 집계해보니 지난달 안드로이드와 아이폰(iOS) 스마트폰 기준 배민 사용자(MAU)는 1929만 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1년 동안 150만 명, 7.3%가 감소했다. 배달 앱 전체 사용자 수도 2239만 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8.5% 줄었다. 배민은 그나마 선방했다. 요기요, 쿠팡이츠의 지난달 사용자 수는 각각 670만 명, 297만 명이었다. 요기요는 1년 만에 24.1% 감소세를 보였다. 쿠팡이츠에서는 사용자 47.6%가 빠져나갔다.
엔데믹 이후 배달 앱 사용자 감소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가 빠지면서 거래액도 감소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달 앱 거래액이 줄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계청이 내놓은 올 1월 음식서비스(배달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조229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 감소했다.
시장 성장이 정체되면서 배달 라이더들도 이탈하고 있다. 통계청은 배달 라이더가 속한 운수 및 창고업 취업자 수가 올해 2월 기준 162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만4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인건비 상승과 물가 인상 등 배달 시장을 둘러싼 경제 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소비자와 식당 업주가 함께 부담하는 배달비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고 이는 배달 앱 회사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배민 입장에서는 시장의 규모는 줄었지만 경쟁 상황은 여전하다. 2, 3위 업체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자체 운영 배달 앱, 낮은 중개수수료를 앞세운 공공 배달 앱, ‘땡겨요’ 등 은행 배달 앱과도 경쟁해야 한다. 거대 IT 플랫폼의 배달시장 진출설도 꾸준히 나온다.
이에 배민은 우선 배달 시장에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를 내놨다. 배달비 부담을 줄인 ‘알뜰배달’이라는 신규 서비스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음식 배달을 넘어 고객이 원하는 모든 상품을 배달하는 커머스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이를 위해 생필품 장보기 서비스인 ‘B마트’의 입점 품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배민 스토어’도 일반 상인 입점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앱 시장은 예전보다 축소되고 배민이 강화하고자 하는 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며 "엔데믹으로 인한 성장 정체를 얼마나 뛰어넘을 수 있는지가 판가름날 올해가 배민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