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법조전문기자
유치원이 학부모로부터 받은 특성화교육비를 사용하고 남은 잉여금을 부당하게 제3자에게 인출한 경우, 관할 교육청이 해당 자금을 다시 유치원으로 회수시킬 수는 있지만 학부모에게 돌려주도록 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A씨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학부모로부터 매년 특성화교육비를 걷었는데, 이중 원아 교육에 사용하고 남은 14억6300만원을 유치원을 설치한 교회 계좌로 부당하게 인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를 벌여 이 사실을 확인하고, 이 금액을 유치원으로 회수한 뒤 전액 학부모에게 반환하라고 처분했다.
그러나, A씨는 교육청의 이 같은 회수·반환 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환수액을 유치원과 학부모에게 나눠 돌려주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회수 및 반환 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은 환수액을 모두 유치원 회계로 반환하도록 결정하고, "부당하게 인출된 특성화교육비를 유치원으로 회수하도록 하는 교육청 처분은 적법하지만, 이를 다시 학부모에게 반환하도록 한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유치원생들이 특성화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학부모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처분할 수 있지만, 원생들이 실제로 특성화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쓰고 남은 특성화교육비를 학부모에게 환불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유치원은 학부모에게 받은 특성화교육비 중 잉여금을 교비 회계로 편입해서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교육에 필요한 시설 설비용 경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특성화교육비는 전액 특성화교육에만 지출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