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잘 걸으려 고민하다 신발까지 개발했죠”

홍재화 필맥스 대표 “고령층 최적의 운동 걷기”

나이가 들수록 몸은 무거워진다. 눈썹도 무겁다는 말이 실감나게 된다. 65세 이상 노인 중 질병이 없으면서 활동적인 노인은 13.3%에 불과할 정도다. 대부분 만성질환과 함께 활동장애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체 수명과 건강 수명의 차이는 2018년 기준 18.3년이다. 신체 수명과 건강 수명의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걸 감안하면 생애 마지막 20년 정도는 걷기조차 힘든 상태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으로 두 수명 간의 간극을 좁히는 게 고령화 시대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62)는 “고령층이 오랫동안 두 다리를 이동수단으로 유지하기 위한 좋은 운동은 걷기”라고 강조한다. 걷기 전용 신발인 ‘어싱 신발’을 만들었다는 그를 남산 한옥마을에서 만났다. 중앙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홍 대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파나마무역관으로 근무한 무역 분야 전문가로 무역컨설턴트와 신발업체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필맥스 홍재화 대표가 서울 남산한옥마을 산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홍 대표는 걷기 위해서는 잘 걷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발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고 할 정도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뾰족하고 높은 굽의 신발을 신고 살아간다. 나중엔 일명 하이힐병인 무지외반증이나 족저근막염, 지간신경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홍 대표는 맨발로 걸었던 경험이 ‘어싱신발’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북학산 백운산장을 왕복 5시간 맨발로 걸은 적이 있다. 그는 “흙길이 아니라 잔자갈길이어서 고통이 생각보다 심했지만 다 내려와서 흐르는 물에 씻으니 개운했다”고 했다. 이를 접지 효과로 설명하기도 한다. 홍 대표는 “우리 몸에 3~6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땅과 맨발이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가 되고 이때 몸속의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는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절연체인 신발과 아스팔트 길이 이런 접지 효과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항상 맨발로 걸을 수 없는 없다. 걷기 전용 신발이라는 ‘어싱 신발’을 개발한 이유다. 그는 “자연과 떨어져 사는 현대인들이 늘 맨 흙이 있는 곳에서 접지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신발에 전기가 통하는 ‘도전고무’를 심어 어싱되는 맨발신발을 만들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3㎜ 정도의 얇은 굽과 발볼을 넓게 해 발 건강을 신경 썼다. “현대의 신발은 디자인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예뻐보이고 멋있는 신발은 자연적이고 유연한 곡선이 아니라 날카로운 직선 형태라는 데 있습니다. 이런 신발들은 신발 속에 있는 발가락을 부자연스럽게 가운데로 모이게 해 발가락의 균형 잡기 기능을 제한시키죠.”

필맥스 홍재화 대표가 서울 남산한옥마을 산길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그는 걷기가 명상을 위한 기능을 한다고도 했다. “더 높이, 더 빨리를 밀어붙이는 현대의 삶에 반기를 드는 느림의 미학을 추구합니다. 평소 차를 타고 시속 100㎞로 휙 지나가던 곳을 걸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사물의 모습을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시속 3~4㎞ 속도로 바라보게 되며 그러다 보면 사물에 대해 숙고하는 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걷기 습관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그는 우선 ‘걷기의 수치화’를 권한다. 가령 하루 1만보라든지 하루 30~50분 정도 걷기로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정해두라는 것이다. 걷기 명소에 가 다른 사람의 걷는 모습을 보고 함께 자극을 받는 것도 좋다. 또 재미 요소도 빠질 수 없기 때문에 늘 걷던 길만 걷기보다는 가끔은 빙 돌아 낯선 느낌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지인들과 걷기 모임을 만들고 “오늘 하루 걸었다”고 목표를 알릴 수 있는 단체채팅방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홍 대표는 내달부터 천안삼거리에서 해남 땅끝까지 혼자 걸을 예정이다. 거리만 약 335km다. 하루 15㎞ 걷는다면 3주가량 소요된다. “물론 하루 30㎞씩 걸을 수도 있지만 이 목표는 헬스장 런닝머신에서도 달성할 수 있죠. 그 지역만이 가진 특색적인 문화나 사람들의 사연을 보고 들으면서 여유있게 걸을 예정입니다.”

바이오헬스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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