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나이를 15세로 속여 미국 고등학교에 입학한 29세 한인 여성이 "학창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그랬다"라고 밝혔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뉴저지주 뉴브런즈윅의 한 고등학교에 허위 출생신고서를 제출하고 입학한 혐의로 기소된 한인 여성 신 모 씨(29)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신 모씨의 모습. [사진 출처=CBS 뉴스 캡처]
신씨의 변호인단은 "의뢰인이 안전하고 환영받는 환경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벌어졌을 뿐이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앞서 신씨는 지난 1월 뉴브런즈윅 고등학교에 가짜 출생신고서를 제출하여 나이를 15세라고 속이고 입학했다. 이후 4일간 고등학교에 다니며 강의를 듣고, 학생들과 어울렸다.
신씨가 학생 행세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뉴저지 주법이 입학 접수 직후부터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입학 관련 서류가 구비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입학한 뒤 30일 안에만 제출하면 된다.
그러나 정확한 신분 확인을 위해 관련 서류를 내는 과정에서 신씨의 문서 위조 사실이 발각됐다. 이에 경찰은 공문서위조 혐의로 신씨를 체포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씨와 같이 어울렸던 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신씨와 접촉한 한 학생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신입생인 척했지만, 그 나이대로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학생이 신씨에게 "몇살이냐"라고 물었더니 이상하게 행동했다며 "나를 쳐다보더니 시선을 돌렸고, 다시 나를 돌아본 후 걸어갔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그가 몇몇 학생들에게 '같이 놀자'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며 "만약 나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10대 소녀들을 불법 성매매에 끌어들일 목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 의혹에 관해서 신씨의 변호인단은 "악의가 없었고 단순히 외로웠던 것이다"며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고 피해당한 학생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씨는 16세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기숙학교 생활을 했으며, 뉴저지주 주립 럿거스대에 진학해 정치학과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서 열린 재판에서 신씨 측은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있었고 최근 이혼의 아픔을 겪어 평소와 다른 행동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등학생 시절 가졌던 안정감을 다시 느끼고자 벌인 행동이었을 뿐, 범죄 의도는 없었다"라고 일관된 주장을 했다.
신씨는 재판이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실형 판결이 나올 경우 신씨의 한국행은 무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5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한편 신씨의 범행이 밝혀진 직후 학생과 학부모들은 허술한 학교 보안 시스템을 지적했다.
학생들은 부실한 학생 등록 절차로 안전이 위태로워졌다며 학교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학교 측은 신씨와 접촉한 모든 학생에게 그와 더는 직·간접적인 접촉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학 등록 절차를 재검토하고 서류를 더 꼼꼼하게 확인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