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소득이 적고 학력이 낮을 수록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며 주변 사람과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 효능감'이 낮다는 분석이다.
촛불집회. [사진출처=아시아경제 DB]
문제는 이런 상황이 정치 과정을 왜곡시켜 취약계층에 우호적이지 못한 정책을 결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월간 보건복지포럼 2월호 '정치·사회 참여의 양극화 실태'(김기태 보사연 연구위원)는 2021년 8~10월 19~59세 8174명에 대해 실시한 '사회참여, 자본, 인식 조사' 결과가 담겼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고졸 이하 학력자 혹은 소득 5분위 중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의 '침묵'이다.
이들은 4명 중 1명꼴로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이 침해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사진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본인 및 가족의 이익이나 권리가 침해됐을 때 주변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지'라는 물음에 고졸 이하 학력의 77.63%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대졸 이하는 85.79%, 대학원 이상 91.32%가 주변 사람과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또 소득이 많을 수록 이 물음에 응답률이 높았다. 5분위 중 1분위의 응답률은 74.65%로 가장 낮았고 2분위 83.36%, 3분위 86.06%, 4분위 88.78% 등으로 높아졌다. 5분위는 87.99%로 4분위보다는 조금 낮았다.
본인이나 가족의 이익·권리 침해시 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 의견을 전달한다'는 응답도 비슷했다. 대학원 이상 학력자(73.57%)와 고졸 이하 학력자(52.10%), 소득 1분위(49.44%)와 5분위(67.33%) 사이의 격차가 각각 21.47%포인트, 16.89%포인트나 됐다.
적극적인 자기 주장으로 볼 수 있는 집회·시위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경우도 고학력자나 고소득자에게서 특히 높았다.
고졸이하(20.51%)와 대학원 이상(30.92%) 사이 10%포인트 가량 차이가 났다. 특히 소득 1분위의 응답률(18.90%)은 5분위(30.16%)의 절반에 가까웠다.
[사진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은 사회·정치 참여가 양극화된 데에 소득·학력에 따라 다른 '정치적 효능감'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정치적 효능감은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과 능력이 있는지를 뜻하는 것을 말한다.
고졸 이하 학력의 20.71%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정부가 하는 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혹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소득 1분위에서 24.60%로, 대학원 이상 학력(37.53%), 5분위(35.22%)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투표에 빠짐없이 참여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고졸이하(43.49%)보다 대학원 이상(70.21%)에서, 소득 1분위(46.78%)보다 5분위(59.68%)에서 높았다.
시민단체, 정당에 참여한 비율은 저학력자와 고학력자, 소득 1분위와 5분위가 모두 높은 'U자' 형태를 보였다.
시민단체 참여 비율은 소득 1분위(5.13%), 5분위(4.77%)가 같이 높았고, 3분위(3.24%)에서 가장 낮았다. 정당 참여 비율도 고졸 이하(5.39%)와 대학원 이상(4.70%)이 대졸이하(4.27%)보다 높았다.
김기태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의 낮은 정치·사회 참여는 '취약계층 과소 대표'의 문제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정치적 결정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의견과 이해가 불충분하게 반영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정책이 고소득층과 기득권층의 이해에 더욱 복무하게 되고, 그 결과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취약계층의 정치에 대한 효능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