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미래]강병근 '한강이 곧 서울…지금이 한강 미래 100년 갈림길'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 인터뷰

"한강의 미래가 곧 서울의 미래입니다. 지금은 한강 100년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시기입니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한강은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서울의 등뼈라고 할 수 있는 곳"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은 급격한 성장을 겪으며 장기 플랜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이제는 100년 후 우리의 도시 서울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서울시 도시건축 정책과 공간환경 사업 전반을 총괄 기획하고 조정하는 민간 전문가다. 어린이집, 복지시설 같은 공공건축물부터 공원, 가로, 조경 같은 시설물에 이르기까지 시민 삶과 맞닿아있는 도시건축·공간 사업을 다룬다. 2014년 9월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후 현재 12개 광역지자체, 30여 개 기초지자체로 확산돼 운영 중이다. 그는 2021년 4대 총괄건축가로 위촉됐다.

강 총괄건축가의 주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한강르네상스 2.0’과도 맞닿아 있다. 지금까지 서울은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10년 단위의 서울 도시기본계획이 전부였다. 관성적으로 내려온 이런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해 보자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강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최근 관광사업 강화를 위해 서울 한강 수변 15곳에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표 사례가 노들섬이다. 지난달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를 통해서는 노들섬에 한강의 석양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보행교, 수상예술무대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시는 현재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노들섬 디자인 공모를 진행 중이다. 공모에는 ‘메트로폴 파라솔’을 설계한 독일의 위르겐 마이어, 미국 뉴욕의 전망대 ‘베슬’과 실리콘밸리의 구글 신사옥 ‘베이뷰 캠퍼스’ 등을 설계한 토머스 헤더윅(영국) 등이 참여했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27일 서울시청 총괄건축가실에서 서울시 물길과 숲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강 총괄건축가는 서울은 한강을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축복받은 자연환경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세계적인 관광지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도시의 장점을 극대화한 밑그림을 그리고 실천하는 것이 서울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지론을 소개했다. 이를 위해 한강을 서울의 관광, 문화, 경제, 여가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중심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총괄건축가를 지난달 27일 서울시청 총괄건축가실에서 만나봤다. 다음은 강 총괄건축가와의 일문일답.

한강은 세계 어떤 나라의 강보다 큰 저력 지녀

-한강이 다른 강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지구상의 대도시들은 대부분 큰 강을 끼고 있다. 하지만 다른 대도시 강과 우리의 한강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강은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형태로 흐르는 수도의 강이다. 단순하게 ‘서울의 랜드마크’, ‘수량이 많다’ 정도의 평가에 그쳐서는 안 된다. 특별하기 때문에 한강은 관광지로서의 매력뿐만 아니라 서울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한강은 도시 내에도 발원지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서울은 한양 도성을 중심으로 안쪽으로 산이 4개가 있는 내사산과 밖으로 산이 4개 있는 외사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이 8개의 산에서 지천이 흘러나와 한강으로 이어진다. 이런 대도시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부분 다른 대도시에 있는 강은 그냥 도시를 지나쳐가는 강이다. 하지만 서울은 도시 안에 산이 있기 때문에 이 산에서 지천이 흘러나와 한강으로 이어진다. 도시와 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독특함이 한강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이다.

-지천의 영향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파리나 베이징, 도쿄 등에는 산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거의 평지에 세워져 있는 도시다. 산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천도 없다. 또 지천이 없기 때문에 중심이 되는 강이 도시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면, 강과 도시가 구분돼 함께 호흡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한강이 서울의 경계 안을 흐르는 구간이 42㎞이다. 하지만 서울 안에 한강과 연결되는 지류와 지천 등을 모두 계산하니 332㎞에 달했다. 한강 42㎞를 빼면 지류와 지천이 290㎞에 달한다. 본류에 비해 지류와 지천이 7배가량 더 길고, 서울과 대구의 직선거리에 육박하는 길이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27일 서울시청 총괄건축가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또한 한강의 지류와 지천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모두 흐르며 연결해주고 있다. 쉽게 말해서 한강이 서울의 대동맥이라면, 지류와 지천은 핏줄과 같은 것이다. 서울의 모든 곳이 지류와 하천으로 연결되고, 또 한강으로 모이게 된다. 이처럼 도시 내에 발원지가 있는 강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강이 특별한 것이다. 한강이 서울 관광의 중심축이 되고 지류와 지천을 통해 관광길을 열어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특별한 점이 관광지로의 한강의 매력을 높여줄까.

▲한강은 앞서 언급한 부분으로도 특별하지만, 다른 부분도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해 경쟁력이 높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한강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외국인도 서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한강을 떠올리지 않는가. 또한 수량이나 길이 측면에서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너무 넓어서 개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정도니까. 여기에 한강의 수질도 다른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이 때문에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자연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서울은 또 한강을 빼더라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수도가 국립공원(북한산 국립공원)을 바라보면서 살고, 시내버스로 국립공원을 다닐 수가 있는가. 한강도 마찬가지다. 서울처럼 강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도시도 없다. 서울은 다른 수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과 산이 어우러진 자연이 있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개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한강은 서울의 중심…한강의 역할을 되살려야

-한강은 서울에 어떤 의미가 있나.

▲모든 생물이 어디서 태어날까. 바로 물속에서 태어난다. 한강은 서울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런 공간이다. 한강을 단순히 물이 모여 있는 곳으로 보지 말고 생명체의 산실이라고 봐야 한다. 이것은 생물학적인 측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자연적인 한계 때문에 물길을 따라 살고, 물길을 따라 이동하며, 물길을 따라서 경제와 문화 등 모든 것을 공유해 왔다. 즉 한강을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가 생명력을 부여받는 것이다. 도시를 생명체로 본다면 서울은 한강에서 태어난 도시다. 우리가 막연하게 한강을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하지만, 한강이 없었다면 지금의 서울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한강이 제 역할을 하고 있나.

▲(숲과 지천이 강조된 서울의 지도를 들며) 이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 서울은 원래 지천과 그 주변에 조성된 숲길을 통해 서로 연결된 도시였다. 지천과 숲길을 통해 유기적인 삶을 이어왔다. 하지만 서울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지천과 숲길을 무시하고, 무질서하게 팽창했다. 그나마 과거 조선이 건국할 당시 조성됐던 서울 사대문 안은 이러한 지천과 숲길이 잘 연결된 도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서울 사대문 안은 630년 전 세워진 한양 도성에 대한 기획이 아직도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외 부분은 무질서한 팽창으로 ‘도시 사막화’라는 악영향을 불러왔다. 물길이나 숲길에 대한 배려보다는 팽창을 목적으로 개발이 이뤄져 왔다. 이러한 부분을 이제는 극복해 보자는 것이다. 후손들을 위해 한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기가 왔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27일 서울시청 총괄건축가실에서 서울시 물길과 숲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마스터 플랜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다시 근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물길과 숲길을 찾아서 이를 청사진의 기본으로 하고 도시의 밀도에 대한 고민을 근본적으로 다시 해봐야 한다. 물길과 숲길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 그 선을 중심으로 도시의 밀도를 비롯해 거주와 교통 등 삶의 형태를 재정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강을 중심으로 우리 서울이 100년 후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다.

이를 위해 서울시가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한 가지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며 부제는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이다. 이 비엔날레를 통해 세계적인 전문가와 대학, 작가 등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모할 계획이다. 이미 서울의 미래에 대해 국제적으로 많은 제안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가 100년 후 우리의 서울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할 것이다.

단기간만 바라보는 시각 벗어나, 100년 내다보는 마스터 플랜 만들어야

-한강 개발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우리는 한 번도 100년을 내다보는 마스터플랜을 짜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짠 계획 중 장기적인 것은 유일하게 10년 단위로 이뤄지는 서울 도시기본계획이 있다. 하지만 이 기본계획은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지구단위 계획이라 한계가 있다. 부분부분 조각난 상태로 미래 계획을 세우다 보니, 조각보처럼 도시가 개발돼 왔다. 주변과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개발이 이뤄진 것이다. 한강을 중심으로 물길과 숲길을 다시 살펴보자는 것은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며, 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서울의 미래를 구상하자는 것이다.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유기체의 근본을 간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오른팔과 왼팔이 있다면 한쪽 팔로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양손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망각해 무거운 물건을 한손으로 무리하게 들면 기울어지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한강을 포함한 서울 전체의 균형감을 다시 찾아보자는 것이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27일 서울시청 총괄건축가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한강은 유일무이한 곳이지만 강물에 손과 발을 담그며 멱 감을 수 있는 수변은 없다. 여기에 지천과 실개천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시민들이 한강을 바라만 봐야 하므로 한강과의 유대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올 초 연내 한강과 지천 합류부 7곳에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잔디마당, 전망데크, 편의시설 등을 갖춘 ‘놀빛 광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것이 모두 한강과 시민의 유대감을 높이는 정책이다.

그동안 한강을 보는 관점이 홍수가 나지 않게 해야 하는 관리 하천이었고, 자연성을 찾아보기 힘든 인공하천 수준이었다. 한강의 주변 영역만 따져도 서울의 10분의 1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강 본류도 다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난개발 때문에 복개했던 청계천이 복원된 이후 지금은 서울의 중심이 된 것처럼 수변 공간도 도시의 중심 공간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수계 중심으로 도시를 발전시키면 마을에서 도시 단위까지 골고루 균형발전이 가능하다.

<i>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누구? 강 총괄건축가는 20년 넘게 서울 도시계획에 참여해온 '서울 건축 전문가'다. 강 총괄건축가는 건국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를 역임한 뒤 현재는 같은 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그는 한려해상공원 외도 문화시설 종합계획, 제주 에코랜드, 가평 프랑스문화촌 등에 참여했다. '서울 건축 전문가'로 이름이 높지만, 또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장애인 건축 전문가'이기도 하다. 베를린공과대에서 장애인 건축을 전공했다. 시각장애인의 낙상 사고를 방지를 위한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범설치 사업, 보행약자를 위한 횡단보도 잔여 시간 표시기 등이 그가 참여한 대표 사업이다.</i>

사회부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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