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들이 27일 방송 토론회에서 친윤(親尹·친윤석열)계와 비윤(非尹·비윤석열)계로 나뉘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주도권 토론'에서 친윤계 후보들끼리 우호적인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반면, 비윤계인 김용태 후보는 한 번도 지목받지 못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도권 토론에서 가장 많은 질문 세례는 친윤계 민영삼 후보에게 쏟아졌다. 김재원 후보를 제외한 전원이 민 후보에게 질문했다. 태영호 후보는 민 후보에게 '귀순용사'란 타이틀을 돌려달라고 웃으며 얘기했고 민 후보는 자신은 '망국적 지역감정'을 뛰어넘어 차이가 있지만 "같이 씁시다"며 화답하기도 했다.
김병민 후보는 민 후보에게 "현재 미디어(언론)가 좌편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필승 전략이 있느냐"고 물었고 민 후보는 "법보다 주먹"이라면서 "항의를 해야 방송국이 주춤해지니 모두가 당력을 모아야 한다. 감투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조수진 후보는 자신의 토론 시간 민 후보에게 "이번 지도부가 원내와 원외 고르게 포진할 것 같다"면서 "원외 최고위원 역할도 필요하다"고 민 후보를 추켜세웠다.
민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쓴소리 공론화를 위한 '쓴소리 광장'을 만들자는 등 정책적 공약도 선보였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과거를 묻지 말라", "생각해 본 적 없다", "제 의견이 없다"는 식으로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용태 후보가 "안철수 당대표 후보가 '윤안 연대'라는 표현을 했는데 그렇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의견이 없다"고 답했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윤심은 김기현 후보에게 있다고 말한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김 후보가 "권력만 좇아 온 카멜레온 정치를 인정하느냐"고 하자 "과거를 묻지 말라"며 "인신 공격성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허은아 후보도 주도권 토론 중 조수진 후보 보좌진 면직 서류 관련 사문서 위조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민 후보의 답변을 요청했으나 시간이 부족해 민 후보는 실제로 답을 하지는 못했다.
태 후보는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제가 (주도권 토론에서) 6번 지목됐다"면서 "저를 띄워주는 토론회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저를 살짝 한 번만 밀어주면 최고위원이 된다. 김정은이 아마 뒷목 잡고 화들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태 후보는 김병민·김재원·민영삼·정미경 후보 등 4명에게 질문을 받았다. 친윤계 후보들에게 집중적인 구애를 받은 셈이다. 특히 김재원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 대부분을 태 후보에게 할애했다. 북한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김정은-김주애' 후계 구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활동할 때 힘들었던 점 등을 이야기할 것을 요구하는 등 태 후보를 위한 토론 자리를 마련해줬다.
하지만 친윤계 후보들은 비윤 후보를 향해선 날카로운 공세에 집중했다. 특히 허은아 후보는 십자포화 대상이 됐다. 김병민 후보는 허 후보에게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과 국정운영 원칙이 무엇이냐고 묻는 등 일문일답 형식으로 질의하기도 했다. 허 후보는 당황한 듯 답변을 하지 못했고 이에 대해 "무슨 장학퀴즈 하듯 답을 얻어 내려 하는 것보다 대선 기간 대변인 활동을 열심히 했다"면서 "공격을 위한 질문"이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허 후보의 음주운전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태 후보가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허 후보가 조수진 후보에게 보좌진 면직 사문서 위조와 관련해 "기소되면 최고위원에 당선되더라도 사퇴하겠나"라며 몰아붙이자, 조 후보는 "음주운전 같은 파렴치한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 맞받아쳤다.
허 후보는 과거 음주운전 이력과 관련해 후보들의 시비가 계속되자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당원 여러분에게 정말 죄송하다"면서 "저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했다. 제가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일지 말로만 하지 않고 행동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비윤계 후보인 김용태 후보는 다른 후보들로부터 한 번도 지목을 받지 못했다. 정미경 후보도 김재원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에게 질의를 받지 못했다. 다급해진 정 후보는 모든 후보에게 짧게 질의하는 식으로 할당된 7분을 쪼갰다. 그러나 정 후보도 시간이 부족해 김용태 후보에게는 질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