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지옥…너무 무섭다' 러시아 병사들 통화 녹취록 공개

AP통신, 러시아군 통화 녹취록 공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된 가운데 러시아 병사들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이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과 통화한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번 녹취록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으로부터 도청한 통화 내역 2000여건 중 일부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기지국을 통해 러시아 병사들의 통화를 도청해 정보를 제공 중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 있는 파괴된 안토노우스키 다리 앞에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서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AP통신은 "약 2000개의 녹취록은 전쟁에 대한 참혹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며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폭력이 일상이 됐다"고 했다.

매체는 이어 러시아 병사 3명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을 갖고 있었던 이들이 어떻게 타인에 대한 끔찍한 폭력에 연루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러시아 병사 A씨는 아내와의 통화에서 "여기서는 모두가 술을 마신다"며 "만약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왜 우리가 술을 마시는지 얘기해주겠다"고 했다. 이어 "나는 여기와 같은 지옥을 본 적이 없고, 충격받았다"고 토로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의 전선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중기관총을 점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빚을 갚기 위해 군에 입대한 병사 B씨는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탱크 4대를 파괴했다"며 "주변에는 불타는 시체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이겼다"고 했다. 이어 "죽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18~19세 정도로 보였다"며 "그들은 나와 다르지 않다"고 괴로워했다.

그러나 B씨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약탈에 익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B씨는 어머니에게 "수십, 수백채가 모두 비었다"며 "우리는 거기에 들어가서 음식, 이불, 베개, 포크, 숟가락, 냄비 등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B씨는 일부 군인들이 병가를 얻기 위해 자해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보험금을 타내려고 왼쪽 허벅지 아래쪽을 총으로 쏜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해 5월 중상을 입고 러시아로 귀국했다.

군인이 꿈이던 병사 C씨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는 날 미치게 한다"며 "우리는 최전방에 있고, 너무 무섭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일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밀리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C씨는 분노를 표했다. 그는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당분간 여기에 있을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 전체를 '청소'할 때까지 머물 것"이라고 했다. 다만 C씨는 지난해 7월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 대규모 연설을 통해 "계속되는 대규모 미사일 공격과 정전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도 승리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여러분을 포기하지 않았고 잊지 않았다"며 "어떻게든 우리는 모든 영토를 해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슈2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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