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기자
금천구 시흥동에는 호암산이 있다. 호암산은 393m의 바위산으로 삼성산과 이어져 있는 도심 속 등산 힐링 코스로 유명하다. 특히 산세가 호랑이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호암산(虎巖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호암산에는 호암산성과 한우물, 석구상, 호압사 등 많은 사적과 유서 깊은 전통 사찰이 있으며, 비교적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멋진 서울 도심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은 호암산 잣나무 산림욕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호암늘솔길이다. 걷기 코스는 금천구 시흥동 산 100-43에 위치한 호암산문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전철을 타고 온다면 1호선 금천구청역에서 내려 시흥동으로 올라가는 마을버스 1번을 타고 호압사 입구 정류소에 하차하면 된다.
호암산 입구에는 두 개의 나무 기둥 위에 기와지붕을 얹은 호암산문(虎巖山門)이라 적힌 현판이 산보객들을 반기고 있다. 호암산문에서부터 10분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조선시대 전통 사찰인 호압사에 도착하게 된다.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호랑이의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위치에 사찰을 세웠다는 창건 유래가 전해진다.
호압사의 정취를 느끼며 걷다 보면 언제나 솔바람이 분다는 호암늘솔길로 이어진다. 호압사에서 잣나무 산림욕장을 지나 흥산 배드민턴장까지 총 1.8km 구간으로 조성된 무장애 숲길은 장애인과 노약자 등 보행 약자들이 산림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숲길을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잘 놓인 데크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금천구 도심과 호암산의 경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쉼터가 나오는데 이곳은 해 질 무렵 붉은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전망쉼터부터 잣나무 산림욕장을 가로지르는 데크길 양옆으로는 곧게 뻗은 잣나무가 빽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숲 내음을 맡으며 차분히 걷다 보면 맑은 공기와 함께 몸과 마음이 힐링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호암늘솔길 곳곳에는 쉼터가 있어 누구나 쉽게 호암산만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으며, 모든 구간에 설치된 조명 덕분에 야간에도 자연과 함께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건강한 삼림욕을 즐기다 보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때 시흥계곡 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30분 정도 새소리와 함께 배드민턴장을 지나오면 최근 복원된 시흥계곡을 만날 수 있다.
금천구는 지난해 8월 1단계 생태계류 복원사업을 마무리해 도시화로 물흐름이 끊긴 시흥계곡의 옛 정취를 회복하고 수려한 자연 자원을 활용한 친수공간을 조성했다. 매일 지하수를 순환시켜 사시사철 계곡물이 흐르며, 경사는 완만하고 주변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계곡 하류에는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는 물어귀 쉼터와 그늘막이 있고, 상류에는 옹달샘과 전망대 격인 목교가 설치되어 있어 여름철 가족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시흥계곡 생태연못에는 청정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멸종위기종 2급 맹꽁이들이 서식하고 있다. 2021년 지역 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맹꽁이들을 위해 이곳에 새로운 서식지를 만들어준 덕분에 안전하게 이주해 왔다고 한다. 시흥계곡 생태계류 복원을 시작으로 주민친화형 생태공원까지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니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가 찾는 생태관광 명소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삭막한 도심 속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금천구의 호암늘솔길과 시흥계곡길은 나를 오롯이 자연으로 충전시킬 수 있는 힐링 쉼터임에 틀림없다. 혼자 또 같이 한적하게 머물다 보면 초록으로 정화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니 지금 바로 발걸음을 옮겨보길 추천한다.<제공=금천구청>